한진그룹은 그들 나름대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할 지 모르나, 제주도민의 시각에서 보면 명백한 제주도의 수혜자다. 어째서인가? 가장 큰 수혜가 그룹 산하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개발판매다.
한국공항(주)은 1984년부터 전량수출 또는 외국인에게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지하수를 개발, 판매해오고 있다. 그 양이 하루에 202.5톤, 한달 6075톤이 된다. 제주도민들도 개발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는 지하수를 이처럼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뽑아다 쓰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그 뿐인가? 제동목장과 정석비행장, 제주와 서귀포에 각각 1급의 호텔을 지어 영업하고 있다. 두 호텔의 위치가 경관이 수려함은 물론 서귀포의 경우는 바닷가를 낀 천혜의 절경에 지어 있다. 여기에 호텔이 들어서면서 그 주변 바닷가로 넘치던 용천수가 메말라 버린 것은 지역주민들이 증언하는 바다. 한진그룹은 이런 특별한 수혜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제주도의 지하수를 개발해 시판하겠다는 당치도 않는 욕심을 틈만 있으면 내고 있다.
우리는 기업의 자본이 제주도에 투자돼 개발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제주개발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제주도의 발전과 성장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도내 진출 기업들의 벌어들인 돈 그대로 서울로 보내 버리는 금융역외유출 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업의 투자와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우리는 동의한다. 그러나 기업이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될 분야가 있다.
바로 ‘지하수의 상업적 개발’과 ‘도박산업’이다. 제주도의 지하수는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생산자원이다. 그러나 그 자원이 한정적이라는데 제주도 지하수의 개발 문제가 존재한다. 도민들이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도 여럿 있지만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 우려’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한진그룹이 국내 시판을 할 경우 제2? 제3의 기업도 제주 지하수를 개발 시판하겠다고 할 것이고 이럴 경우 지하수 자원의 고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박산업은 전통적 제주도민의 생활을 해치고 정신을 파괴한다는 점이 반대의 이유가 된다.
도민들이 내국인 카지노를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유는 그 산업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의 환류(還流)보다는, 도민들이 도박에 탐익 할 우려와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도덕적, 경제적 역기능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과 도내에 진출한 기업들의 ‘제주발전’을 둘러싼 ‘지속적 관계’는 이런 문제와 해답 속에서 ‘지양(止揚)’돼야 하는 과제다. 기업은 제주의 환경과 지하수를 가능한한 보존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는 관계속에서 그 과실(果實)을 목표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진그룹의 지하수 개발 시판 요구는 이런 점에서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기업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