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독립군 분대장' 중국 조선족 김학철의 동상이 중국 소수민족문학관에 건립됐다. 2009년 9월 15일 개관한 문학관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소수민족 대표작가들과 함께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는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로, 광복 후에는 소설가로 활동하다 2001년 세상을 뜬 조선족 문학의 거장이다. 대표작으로는 '격정시대', '해란강아 말하라' 등의 작품이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인민이 굶어 죽는데 무슨 우상숭배냐"고 비판했다가 반동분자로 숙청돼 10년간 옥고를 치르고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제주문학관 건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예산 3억원이 확보되면서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었다. 전국에는 50여 개의 지역문학관이 운영 중이다. 문학관이 없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제주문학관은 제주도 '제주향토문화예술중장기계획'에 따라 종합문학관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계획은 "제주문학관은 제주문학의 역사를 조명하는 '제주구비문학관' '제주고전문학관' '제주현대문학관' '제주유배문학관' '4·3문학관' '제주해양문학관' 등 테마별 종합문학관 성격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됐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항일문학관을 제주문학관의 중심 부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항일문학관을 뺀 것은 기획자들이 항일시인에 대한 의식이 없거나 아니면 나열식 문학관의 본보기를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주문단에 첫 씨앗을 뿌린 김문준(金文準 : 1893~1936) __ 김명식(金明植 : 1891~1943) __ 김지원(金志遠 : 1903~1927) 세 사람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조천 출신 시인들이다. 김문준은 1915년 12월 「農夫歌」를 발표하고 1935년 『民衆時報』를 창간하였으며, 한시도 잘 지어 『朝天誌』에는 ‘文章超風 憂國之士’라고 그를 북돋우고 있다. 김명식은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호에 시 「새 봄」__「비는 노래」 두 편을 발표하고, 그 후 발표한 「로서아의 산 文學」__「戰爭과 文學」은 그의 대표적인 문학평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조천독립만세운동에도 참여하였다. 신문창간 축시가 당대의 최고의 시인에게 돌아가는 영예일 때 창간축시를 우리고장 사람이 썼다는 것, 그것이 제주문학의 시원이 된다는 것에 긍지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김지원은 1924년 조선일보에 시 「깨어진 칠보탑」과 『金星』지에 「나의 기원」을 발표하였으며, 1925년에 「哀願」과 「거지 할미」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김문준__ 김명식__ 김지원 세 사람의 항일의식과 문학정신은 결코 누구에 뒤지지 않은 당시 한국문단의 백미(白眉)이다. 필자는 지난 세밑 경북 대구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문학관을 돌아보면서 내심 제주출신 항일인사 문학관의 필요성을 실감하였다. 그런데 제주문학관에 대한 토론회를 거치면서 항일문학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자체가 우리 모두를 실망시키고 있다. 자치단체가 나서 문학관을 세우는 것은 우선 지역 출신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지역문화환경을 고양시킴은 물론 문학과 관광을 접목시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제주문학관 건립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다. 제주도는 제주문학의집을 설치했고, 여기에 문학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수장고와 북카페, 제주문학관 추진위원회 사무실, 제주문인협회·제주작가회의 등 문학단체 사무실을 배치했다. 제주문학의집을 통해 제주문학관 사업추진 방향과 문학관의 성격 등을 규정하자는 취지다. 지난 11월에는 제주문학관 건립 토론회도 열렸다. 제주문학관이 지녀야 할 성격으로 지역문학박물관, 지역문학연구센터, 문학행사를 전문적으로 치르는 공간 등이 제시됐다.
그렇지만 제주도의 구상은 작가들의 육필원고와 서적 및 사진 등을 갖춘 일종의 '전시실(展示室)'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이 생각이 맞다면 이는 문학관이 아니라 화석(化石)과 같은 박물관에 다름 아니다.
문학관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제주문학관의 경우 방향 설정부터 제대로 하고 100년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추진위원이나 자문위원들이 해외는 아니더라도 전국의 문학관이나마 벤치마킹에 나설 일이다. 하지만 전시실 수준의 문학관을 건립하려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