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의 부지런함과 강한 생활력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다에서, 밭에서, 가정에서 어디에서든 제주연인들은 남다른 삶의 자취를 남겼다. ‘여다(女多)의 섬’이란 제주도의 별칭도 제주여성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이끌어 온 데 따라 붙은 것이다.
제주여성의 이런 전통은 사회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여성기업인들이 많다.
제주해ㆍ수산물 이춘월 대표도 그중 하나다. 2001년 설립된 제주해ㆍ수산물은 제주시 도두동 공장에서 옥돔ㆍ갈치ㆍ고등어 등 각종 수산물을 가공해 유통ㆍ판매하고 있는 업체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남다른 근면성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 도지사가 품질을 보증하는 FCS(Fresh-Clean-Safe) 지정업체이기도 한 제주해ㆍ수산물은 설립 당시는 도매와 위탁가공을 위주로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매 비중이 30%에 이르는 등 판매를 다각화하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돌면서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판매가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회사 선물세트 납품 등 판매처를 더욱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 업체는 특히 부부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역할을 분담, 기업을 꾸려가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타 지방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90년 귀향한 이 대표는 처음엔 남편과 함께 목장을 경영했다. 그러다가 수산물냉동업계에서 일했던 남편의 경험을 살려 수산물 가공ㆍ유통업에 뛰어들게 됐다.
이 일을 하면서 남편은 원료구매만을 담당하고, 나머지 마케팅 등 경영의 전반적인 것은 이 대표가 관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남편이 인정, 후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현재 전국여성경제인연합회 제조분과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고, 또한 ‘국제로타리 3660지구 탐모라로타리클럽’ 사회봉사위원장으로서 ‘불우이웃’ 돕기에도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밖에 학부모회장 비롯해 교육단체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맹렬여성인 이 대표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는 좌절을 느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여성기업인들이 정책자금 등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기관에 실질적이든 형식적이든 남편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뒤 “이는 남성기업인의 경우 본인을 기준으로 ‘신용’을 평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연한 성차별”이라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주산 수산물가공품은 감귤 못지않은 관광상품”이라고 강조하며 “제주산 수산물의 이미지 추락 방지를 위해 관계당국이 좀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가격이 싼 외국산 수산물을 제주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일부 얌체업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업계 전체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언론이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면 선량한 업체들도 도매금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위반업체만을 대상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조용히 처리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식품제조업의 위생규정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로 지나치게 까다로운데다 시설기준이 자주 바뀌어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공장등록 시 필요한 모든 시설을 한꺼번에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시설기준의 마련이 절실하다”는 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