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법의 중요성과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한 법가가 있다. 법가의 서적인 ‘유도(有度)’를 보면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라고 하였다. 실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의 유일한 사상은 법가의 법치주의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떼법, 정서법이 만연해있다. 기득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가 있다면 여럿이 들고 일어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불사한다. 부안 방폐장, 평택 미군기지, 한미 FTA,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문으로 시작된 촛불시위 등 사회 쟁점이 있을 때마다 늘 등장하는 것은 죽창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무력 시위자였다. 그들로 인하여 전국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국민들을 사분오열, 내편 네편으로 편을 갈라버린다. 엄연한 실정법이 있음에도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주의 주장만 관철시키기 위하여 버젓이 불법, 무력, 폭력 시위를 자행하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하나의 의제를 놓고도 여러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 표출에 존중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이익은 타인의 그 무엇보다 소중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자가 자신의 소중한 사익(私益)을 조금씩 양보해 공익(公益)으로 만들겠다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민주적 공동체는 성립할 수 없다.
개인의 조그마한 희생이 불가피하게 발생 하더라도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마땅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법질서 수준은 어떠한가?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법·질서 수준은 각국 법·질서 준수 수준을 0~6점으로 환산해 측정한 결과 4.4점으로 OECD 30개국 가운데 27위라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KDI는 이로 인한 손실이 한 해 12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법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GDP 1%가 오른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법에 대한 경시,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감행하는 실정법 위에 있다는 떼법, 정서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국의 진입은 요원하다. 법가에서 말하는 법질서 준수가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IMF 조기탈출의 위업을 달성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법질서 준수에도 세계 수준의 순위가 되어보길 기원한다.
김 시 훈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