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일의 이탄(泥炭)습지 퇴적층을 간직한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 생태복원 사업이 재추진된다.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논 분화구는 한반도 최대 마르(maar)형 분화구다.
61만㎡규모의 타원형 분화구로서 이를 연구했던 전문가들에 의해 ‘한반도 유일의 이탄습지’로 판명됐다.
이탄 습지는 물질을 썩게하는 미생물이 부족해 꽃가루 등 식물들이 시대별로 퇴적한 습지다.
하논 이탄습지 퇴적층은 동북아 5 만 년 간의 고기후와 고식생 등 자연사가 고스란히 보존 돼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평가 됐다.
그만큼 생태학적 자연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 세종기지 남극탐험대도 이곳의 퇴적층을 굴착해 고기후 연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와 중요성 때문에 서귀포시는 지난 2003년 당시 사업비 750억원을 투입하는 하논분화구 61만㎡에 대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당시 일대 사유지 매입에 따른 토지 보상비 488억원을 마련 못해 하논분화구 생태복원 사업은 지금까지 흐지부지 상태다.
그런데 제주도 당국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하논 복원 및 관광자원화 사업을 포함시켜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 하논복원에 따른 국비 9억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지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하논 분화구 생태를 복원하고 천지연 패류화석층과 연계해 세계지질공원 등재 등 기후변화 연구기지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생태관광 상품화 한다는 구상이다.
제주도가 뒤늦게 하논 분화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지원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자체복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가져야 한다.
물론 한반도 유일의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전폭적인 국고 지원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렇다고 도가 뒷짐을 질 일은 아닌 것이다. 정부지원에 연연하지 말고 도 자체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