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부산에서 친구가 제주도에 놀러오게 되었다. 제주도의 “삼다삼무삼보” 라는 말의 의미를 물어보는 것이다. 맞다!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도 많지만 도둑과 거지, 집 대문이 없는 말 그대로 치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름다운 제주였던 것이다. 삼무라는 의미는 이제 점차 사라지고 없던 것이 생겨나고 있다. 농어촌에만 가도 눈에 띄던 정주먹과 정낭은 사라지고 근사한 대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이제는 밭일을 하러 가는 할머니의 허리춤에는 열쇠가 생겨났다.
제주사람이라면 ‘괜당’ 이라는 친족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을 알 것이다. 제주의 지역특성상 주민 모두가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친척과도 같은 가까운 이웃사촌이라는 뜻이다. 밤 늦게 어두운 골목길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거나 편의점에서 비행청소년에게 담배를 팔거나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의 지갑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도 언제부턴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일에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었다. 하지만 괜당(친척) 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자, 분명 당신의 괜당이 당신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이며 손길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제주도는 고층건물이 생겨나고 6차로 도로가 생기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 속에서도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당신이 제주인 이라는 사실이다. 범행현장을 보고도 보복이 두려워서 사건에 개입하기 싫어서 그 자리를 피하기보다는 분명 내 친척이고 내 가족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경찰의 눈이 되어 준다면 제주도는 과거의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철문과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높게 세운 벽이 없는 제주, 도둑이 없는 청정 제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송 문 석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