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껏 더 먼곳으로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이동수단을 개발하였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는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이동수단이다. 자동차의 개발로 우리는 일일 생활권이 가능하였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인 경부고속도로의 효용성을 증대시켜서 70-80년대에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자동차보유대수도 꾸준히 증가하여 1997년에 1000만대 돌파를 기점으로 2005년 1500만대, 2007년에는 1700만대를 돌파하였다.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2007년 기준 3.06명으로 미국(1.3명), 이탈리아, 호주(1.5명), 일본, 독일, 프랑스(1.7명)등 OECD 주요국가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 느끼는 1대당 인구수 체감도는 평균을 훨씬 웃돌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도시에는 육상교통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곳곳이 정체구간이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육상의 교통을 대체하기 위하여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다. 교통의 정체는 도심권에 인구분포가 집중된 우리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시청 인근도로와 신제주권의 제주일보 오거리 등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정체가 심한 도로이며 제주시내 곳곳에는 많은 정체구간이 있다. 자동차를 통하여 ‘더 빠르게’를 원했던 우리는 이제 교통정체의 혼잡 속에서 ‘더 느리게’로 역행하고 있다. 1세대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교통의 정체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신속한 출동을 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도 교통의 정체는 큰 부담이 된다.
여기서 ‘신호점멸등’의 효율적인 활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의 통행이 아주 많고 복잡한 주요 교차로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겠으나 대부분의 교차로와 도로에 점멸등을 활용함으로써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교차로에서의 안전성에 대하여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의 교통전문가 ‘한스몬더만’이 주창한 ‘교통관리이론’을 통하여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겠다.
그는 ‘교통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없앤다’는 교통정책에 있어 블루오션을 제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자전거?오토바이?보행 등 여러 교통수단을 쓰는 이용자가 도로 공간을 나눠 쓰는 ‘공간공유(shared space)’를 통해 평등한 통행권을 갖는다고 한다.
평소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를 ‘운전자 위주’로 인식해 교통신호나 속도제한, 도로 표지판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신호체계를 없애버리면 평소와 다른 환경에 불안감을 느껴 더욱 주의를 기울여 운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몬더만은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터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 원리를 착안했다고 한다.
2003년 이 이론을 처음 적용한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드라크텐에서는 연간 8건이었던 교통사고가 완전히 사라졌고 2007년부터는 중소도시인 독일의 니더작센주 봄테를 시작으로 영국, 스웨덴,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몇몇 도시에서도 적용하였으며 유럽연합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적극 장려한다고 한다.
신호점멸등의 효율적인 활용은 날로 증가하는 자동차와 그로 인한 교통정체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신호대기 중에 배출되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많이 줄여 우리나라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부응한다.
박 성 천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