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庚寅年)는 필자가 환갑을 맞는 해이다. 육십 여년을 반추해 보면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인고의 격변기를 겪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힘들고 암울했던 세월 속에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 있게 들린다.
전쟁, 해방, 쿠데타, 혁명, 사건 등의 후유증으로 먹을 쌀이 없어서, 잠잘 집이 없어서, 입을 옷이 없어서 춥고 배고픔을 겪은 1950년 庚寅年 전후 세대들이다.
세 끼를 먹기 위해 머슴살이와 식모살이를 해야 했다. 출세와 성공도 먹는데 걱정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가난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먹을 것 안 먹고 안 입으면서 자식들에게 공부를 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요즘세대들은 그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모들이 배우지 못한 한이 대리만족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있는 것 나누고 천사처럼 봉사는 못할망정, 직장에 동료나 혹은 가족들에게 누게 되지 않고 그야말로 정직하고 청렴하게 깨끗함을 철학으로 삼아 살았으면 한다.
그런데 지난해를 돌아보면 국민의 녹봉을 먹는 소수이기는 하나 몇몇 공인들이 정직과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공직 기강을 실추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필자도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공직의 신분으로 일부 공인들이 비리에 연루돼 책임자가 참담한 아비의 심정으로 머리 숙일 때는 참으로 안타깝다.
공인이라 함은 개인의 명예라기보다 어떤 이유로든 공을 위한 봉사의 명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의가 없는 공인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잘잘못에 대한 수식어가 공무원 누구누구라는 말이 붙는 것이다.
민의를 위한 봉사는 정직 속에 그에 상응하는 녹봉으로 쪼개고 절약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기대하는 바람이나 눈치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라도 공직비리 근절의 해로 삼아 지난날의 아픈 일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듣기조차 민망한 일들이 공직사회에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업무를 집행하면서 ‘본이 아니게’, ‘전례라서’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필자는 종종 공직사회의 유행어 중 한마디는 종전에 비교가 되지 않으리만치 많이 변했다는 말들을 공공연히 후배 동료들에게 말하곤 한다. 새해를 맞아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지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거울삼아 한 점 부끄럽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새해 벽두에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겠다는 새로운 각오가 다졌으면 한다.
강 영 수
제주시 우도면 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