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아름다운 도시 제주의 소문을 듣고 여행 온 60대 부부가 있었다. 한국인인 이들은 영국인 사위와 딸과 함께 서울, 부산을 거쳐 비행기로 제주에 와서 차를 빌렸다. 이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렌터카를 가지고 갈 수 있는지 물었다. 렌터카 회사에서는 제주도 차를 육지로 가져 갈 수 없다고 했다.
이들에게 렌터카를 육지로 가져 갈 수 없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외국의 경우 한나라 내에서 다른 도시로 차를 가져갔다가 반납하는 일이 금지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경의 개념도 거의 없이 자동차로 그냥 달리며 국경을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곳에서 온 사람이 좁은 한국 남한 내에서 렌터카가 이동하지 못한 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렌터카가 다른 도시로 갈 수 없는 것은 지역 마다 렌터카 영업소가 있고 지역 영업소에 등록된 차량의 영업 실적에 따라 그 지역에 세금을 내는 지점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 하에서도 서울 차가 부산도 가고 제주로 올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차를 다시 반환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이 렌트하는 비용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결국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말이 된다.
렌터카 타 지역 반납 이용자 없어 문제없다?
렌터카 회사들은 한 지역에서 빌렸다가 다른 지역에 반납하는 이용자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제주도 렌터카 업체들도 차를 육지로 가져가겠다는 고객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용자가 없기 때문에 굳이 타 지역 반납을 고민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야 워낙 나라가 넓어 타 지역이라는 거리 자체가 우리의 개념을 뛰어넘을 것이다. 미국의 한 주 정도의 크기인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타 지역 반납을 힘들게 해 놨지만 미국에서 이정도 범위의 지역에서는 당연히 타 지역 반납이 가능할 것이다. 일본도 렌터카는 영업 구역을 정하지 않고 자율 업으로 해 일본 내에서는 어디나 차를 반납할 수 있다고 한다.
제주는 관광을 주 산업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쉽게 들어오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항공편 늘이기에만 집중하는 정책적 판단보다 관광객들이 의외로 아쉬워하는 부분은 없는지 세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렌터카 반납 문제는 물론 제주도가 결정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부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관광 증대를 위해 외국인의 시각으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이 중앙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도 한다. 김태환 지사가 줄기차게 요구한 감귤 유통 명령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시행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스마트 그리드 같은 사업도 제주도가 유치했다.
영리병원은 제주도가 꾸준히 제주 시행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을 지켜보다 보면 어떤 것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고민 끝에 정부에 요구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당장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이것저것 성급하게 추진하다보면 자칫 도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눈에 들어오는 거창한 사업보다 렌터카 하나 이용하는데도 불편이 없도록, 도민들보다 앞서가는 마인드로 국제 자유도시, 관광도시에 걸 맞는 정책 아이디어는 없는지 궁금하다.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