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연말 크리스마스 가 더욱 썰렁하다. 요즘은 성탄절 분위기가 실종되었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성탄시즌에 대해 관가는 메리(merry)크리스마스 이고 서민은 블루(blue)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즐겁지 않는 크리스마스는 더욱 의미가 있다.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하면 그렇다. 아기예수의 탄생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성탄절을 보내었으면 해서다. 탄생은 한 생명의 시작일 뿐 아니라, 낡은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가난한자와 버림받은 자들 곁에 계셨고 그분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위치에서 고행을 치르었다.
우리는 그 가난과 버림받은 예수를 상기해야한다. 아기예수 탄생은 요셉의 약혼녀 마리아가 성령에 의해 아기를 배었으며 임신한 상태에서 고향으로 가는 길에, 유대 베들레헴이란 다윗의 동네에서 하룻밤을 유숙하는데, 빈방을 구하지 못해 결국은 외양간을 빌어 거처를 마련하고 그 날밤 산통 끝에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인 예수가 탄생되었다. 나는 기독교 신도는 아니지만 예수님의 말씀인 성경을 자주 읽는 편이다. 그리고 기도도 드린다. 왜냐하면 성경이 내 마음에 정갈 과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태 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은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도 없다. 본래 우리는 본래 무일물(本來 無一物)마음의 문이 열려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는 의미리라,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이라는 의미와 불가에서 말하는 오욕(五慾)이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불가에서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산스크리트(인도이란파 속어이며 범어<梵語>)에서 전해오는 것으로서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디어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가난해도 참는 땅’이라는 것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삶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없다. 또한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따르면 우리 몸이라는 것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즉 물질적 존재와 정신적 존재가 합쳐져 만들어진 유기적 존재라고 한다.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이 닿아 이런 현상을 갖추고 탄생한 것이라고 본다.
또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死)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무상하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몸은 죽음을 향해서 늘 변하는 것이다. 생에는 어느 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이것은 진리다. 이런데도 오늘날 우린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며 여러 편리한 시설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항상 왜 편안 하지를 못하는 것일까? 주제넘고 당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과 불경에서 말하는 ‘오욕(五慾)을 컨트롤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예수님,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런 크리스마스이브에 부엌의 조그만 식탁에 작은 촛불 하나를 키고 이런 생각으로 가족과 함께 한 시간만이라도 보내는 것이 블루 크리스마스다.
우리들의 삶에 좋은 일은 좋은 대로, 언짢으면 언짢은 대로 살아가자. 좋은 일은 본받고, 언짢은 일은 언짢은 대로 삶을 배우자. 오늘만은 기도를 드리면서, 가족의 손을 잡아 커피 타임을 가져보자. 또 고해라는 이 사바세계이지만 조그만 촛불 킨 자그마한 부엌식탁에 앉은 크리스마스 이브만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고해의 세상,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마음의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바랄 수는 없다. 어려운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집안일을 놓고 보더라도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다.
삶에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과 오만함이 따라온다. 잘난 체 하고 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된다면 마음은 사치해지는 것이다. 이렇다면 우리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걱정과 근심거리는 피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회피해서도 안 된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한다.
저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고 한다. 그 짐마다 무게가 다르다. 누구나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남들이 넘겨 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아기 예수 탄생한 저녁 날에 하염없는 삶을 생각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