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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치나 지방정치나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처리 안건을 놓고 토론과 협의 과정보다는 고함과 몸싸움 등 소위 ‘실력저지’라는 추태를 보이기 일쑤여서 그렇다.
17일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예결특위 회의장을 점거, 한나라당 의원들과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벌였다.
1년 전 같은 시기,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국회폭력을 연출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폭력적 ‘치매국회’가 재연된 것이다.
같은 날이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여졌다.
이날 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해군기지 관련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 등이 상정되자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이에 반발, 도의회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의 물리력을 동원했다.
관련 안건은 의장 직무대리를 맡은 구성지 부의장의 사회로 가까스로 표결에 붙여져 통과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 파행적 의사 결정 과정은 도의회가 토론과 협의를 거치는 의결기관이 아닌 폭력과 물리력을 동원하는 난장판 의결기구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듣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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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의회의 파행적 의사 결정과정은 앞으로 도의회가 도민대의기관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역으로 말해주는 교훈이나 다름없었다.
우선 도의회 각 상임위원회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고 보아진다.
상임위 활동이 여론 눈치 보기나 개인감정 또는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도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제주의 현실을 반영하고 제주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안건을 처리함에 있어 관련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가 파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아져서다.
관련안건에 대한 토론 과정도, 이의 여부를 묻는 과정도, 표결과정도 없이 위원장 독단으로 안건심의를 보류 했고 동의안 상정을 부결시켜 버렸던 것이다.
이 같은 독단적 상임위 운영으로 시급을 요하는 중요한 국가 정책 사업이 표류해 버린다면 이는 누구에게도 이롭지가 않다.
특히 납득할 만 한 이유도 없이 상정된 안건의 심의를 보류하거나 부결 시켜버리는 것은 도민을 대신하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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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물리력을 동원해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거나 고함ㆍ몸싸움 등으로 의사 결정을 왜곡시키는 의원들에 대한 강력한 패널티를 매겨야 한다는 여론이 세를 얻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제재 장치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하다.
그러나 의회정신을 훼손하고 더럽히는 의원들에 대한 경고조치는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도의회가 토론과 협의를 거쳐 도민의 의사를 도정에 반영시키고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대의기관이라면 원칙과 절차를 지키려는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책무를 저버리고 의결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못하면서 제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인 도의원들이 정상적인 정책 집행이나 추진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는 이미 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해군기지 관련 ‘2대 의안’처리와 각 상임위의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예산안 처리 파행 등에 대해 도의원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도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