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가파 道議會’…이런議員 저런議員
[사설] ‘막가파 道議會’…이런議員 저런議員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의회 제266회 2차 본회의가 각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쳐 넘어온 2조7498억 원의 제주도 새해 예산안을 부결했다. 역대 제주도의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의의 전당에 먹칠한 씻을 수 없는 오점(汚點)이요, 하나의 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오점은 본회의의 예산안 부결 자체에 있지 않다. 도저히 통과 할 수 없도록 만든 각 상임위와 예결위의 아전인수식 지역구 챙기기 예산안에 있었다. 도의회 각 상임위별 예산 심의에서 의원들은 너 나 없이 집행부를 향해 할 말을 다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이 말이 되느냐” “대선 공약 사업에 왜 혈세를 써야 하나” “도 예산으로 경마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등 질타가 이어졌다. 모두 옳은 얘기들이었다. 마치 유권자들에게 아첨이라도 하듯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반듯한 말을 했던 의원들이다. 그런데 뒤로 가서는 태도가 표변해 버렸다.

소리 안 나게 예산안 상당부분을 ‘제 논에 물 끌어 들이듯’ 지역구 챙기기 용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도지사에게는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며 큰 소리 치던 상당 수 의원들이 그 예산을 삭감, 선거를 앞둔 제 지역구 선심성 사업으로 돌려 놨으니 “남의 입에 겨 묻었다”고 나무라던 의원들 자신의 입이 부끄럽게 되었다. “막가파 도의원”이라는 비난은 그 때문인 줄 안다. 다행인 것은 도의회의 과반 수 의원들이 자성(自省)했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원들 자신이 선심성 예산 등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를 그대로 통과 시킨다면 제주도 의회사에 부끄러운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부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지역구 예산을 신설하거나 증액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봐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렇듯 의회의 자성을 촉구하면서 예산안 통과에 반대 혹은 기권으로써 허물투성이인 새해 예산안 통과를 저지시킨 이런 의원들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 꺼리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염치 불고하고 자기 지역구사업에 막무가내로 예산을 반영한 다음 통과 쪽에 찬성표를 던진 막가파식 저런 의원들도 절반 가까이 있다는 것은 실망이다.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예산안을 의회가 재심의해서 도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