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작가 현진건을 사랑한다.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후 무위도식하며 생활한다. 주인공은 아내와의 문제를 사회의 탓으로 돌린다. 현진건 역시 중국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후 어려운 생활을 하였고, 작가적 체험이 드러난 소설인 듯 싶다. 나는 나의 아내를 사랑한다. 비록 나와 아내는 가끔 말다툼을 하지만 이젠 안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연탄이 없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이제껏 아내와 살았다. 내가 가정에 소홀히 하는 동안 아내는 일에 지친 내 자리를 대신했고, 그렇게 내 사랑하는 아들이 결혼할 나이가 됐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나러 주점에 갔었는데, 옆 자리에 만취한 청년들이 술을 마시면서 자신이 구직에 실패한 것에 대해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먹이며, 고함을 지르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던 손님과 시비 끝에 주먹질을 했고,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큰 일은 없었다. 나는 30년 가까이 제복을 입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술을 마시고 큰일(?)을 치루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범죄와 술은 상관 관계가 많다. 최근 수원지법 형사12부는 8살 난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제2의 조두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당시 술을 마신 점을 참작해 형을 낮추는 음주감경은 하지 않았다. 범인에게는 불행스럽지만, 다행스런 판결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슬픈 현실이다. 술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범죄 사건이 너무 많고, 그로인한 고통 받는 사람이 많으며, 사회적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술에 취해서 실수한 것이라고 핑계대서는 안된다.
어느 덧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술을 함께 즐겨 마시는 동료를 한 번 살펴보라. 술을 바르게 마시는지의 여부는 친구에게 달려 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비록, 사회적으로 선망을 받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무익하고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이 아니며, 무엇보다 인간적인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과 대작하는 것이 좋겠다. 12월은 주변 사람들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즐거운 술자리가 많을 듯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슬기롭고 소박한 술자리를 즐기길 바란다.
오 창 훈
서부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