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떡 반 나누기' 예산심사 빈축
[사설] '떡 반 나누기' 예산심사 빈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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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현안 처리 미루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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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가 제 정신이 아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도의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제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어서다.

2010년도 제주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는 도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를 보면 이들이 정말 진정한 도민의 심부름꾼인지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도의회는 도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상임위원회 별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실국별 예산 심사를 마치고 예결위로 넘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도의원들은 원칙과 기준도 없이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제 입맛대로 칼질하고 예산편성권이 없는데도 멋대로 지역구 챙기기 신규예산을 편성해 말썽을 빚고 있다.

도의회의 예산안 심사권은 집행부가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는지,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낭비 할 소지는 없는지, 특정 목적을 위한 선심성 예산은 없는지,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예산을 쓰려는지 등등을 따지고 분석하고 심사하여 집행부의 독주와 예산낭비를 막아달라는 도민의 위임한 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도의회의 예산심사권은 조례제정이나 행정사무감사 권과 함께 도의회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막강한 핵심권한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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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의원들은 이 같은 공공적 핵심권한을 의원 개개인의 사익을 위해 제멋대로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입으로는 ‘선심성 예산’이니, ‘특혜 예산’이니, ‘예산 낭비’니, 집행부의 예산운용을 몰아세우고 질타하면서 뒤에서는 제 지역구 챙기기에 예산심사권을 변칙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떡 반 나누듯 도민혈세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에서는 도의 일반회계 2조2145억6400만원 중 삭감 될 수 없는 법정경비까지 포함시켜 284억7900만원을 잘라낸 뒤 의원별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포함시켰다. 다른 사업으로 용도 변경이 될 수 없는 지방채 발행 사업비까지 삭감해 이를 예산이 요구되지도 않는 지역구 사업비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원칙도 기준도 양심도 없는 편법 예산 챙기기는 한 두건이 아니다. 지역구 챙기기에 의원들 간 멱살잡이 추태까지 보였다. 이 뿐이 아니다. 41명 도의원이 저마다 각각 1000만원씩 떡 반 나누듯 자신의 지역구 소규모 숙원사업처리 비용으로 재편성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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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도의회의 막가파식 변종 예산 심사에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이상한 예산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도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도의원 지역구 챙기기의 변종 예산 심사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표밭관리용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도민의 혈세로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도 도의원들은 해를 넘겨서는 곤란한 중요하고 시급한 주요 현안처리는 내팽개치고 있다.

의회에 계류 중인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이나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동의안’ 등 제주 최대 현안이자 쟁점인 이른바 ‘해군기지 문제’의 물꼬를 틀게 될 시급한 현안을 말함이다.

오죽해야 김태환지사가 “4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는 정말 중요하고 절실한 제주의 최대 현안이기 때문에 이를 슬기롭게 풀기위해서도 연내에 관련의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도의회에 호소하고 있겠는가. 아무리 내년 선거에 신경이 쓰이더라도 시급한 현안처리에 임하는 최소한의 양심과 책무는 보여줘야 할 것이다. 도의원들은 제발 정신차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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