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면에 청첩장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겨울철은 메리시즌임을 느낀다.
부모들은 자녀의 혼사를 치르면서 한시름 덜지만, 자식을 결혼시키고 싶어도 짝을 맺어주지 못해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88만원의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실업대란과 맞물려 안정된 직업을 찾지 못해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리라.
결혼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보다 혼자 사는 게 오히려 심사가 편하다고 한다.
더구나 결혼 파트너를 고르면서 서로 실리추구를 하느라 결혼이 성사되기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을 고르는데 이것저것 자로 재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상대를 선택할 때 먼저 ABC를 따진다.’고 했다. Age(연령), Beauty(용모), Capacity(능력)의 첫 글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좀 더 조건을 따지는 사람은 D와E 까지 포함시킨다고 한다. D는 Descent(출신성분)이고 E는 Economic power(경제력)이다. A에서 E까지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파트너를 고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자기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눈높이만 크게 잡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상향의 파트너를 고집하다보니 결혼도 늦어지고 혼기까지 놓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상대방이 자기의 요구조건에 맞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도둑놈의 심뽀가 아닌가. 자신들의 노력으로 요구조건을 만들어 가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조건을 이용하여 편하게 살겠다는 허울 좋은 망상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맞춤형 파트너는 쉽게 나타날 리 만무해 보인다.
조건을 따지고 보상을 바라는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하게되면 늘 잃어버리거나 거부당할 수 있다는 반대급부적인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추구하는 이미지에 부합하기위해 알게 모르게 가식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가식된 행동은 얼마 안가서 뽀롱나게 되고,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듯 가뭇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조건적 사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에고이스트가 되자.
‘현대인들은 에고의 결핍과 욕구의 극대화를 지녔다.’며 에크하르트툴레는 에고와 이기심이 다름을 지적하면서, ‘에고는 자신을 아끼는 일이지만, 이기심은 독선을 낳고, 아픔과 실망, 고통, 후회를 만들게 됨으로, 성숙한 만남을 위해서는 우선 자기성찰을 통해 스스로가 튼튼해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진정한 에고이스트들은 자아존중감을 갖고 자신을 가꾸고 키우는데 소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은 마음속에서 느끼는 것이며, 상대방에 대한 진실한 희생과 배려에서 움트고 싹이 튼다.
사랑은 두 사람을 하나로 엮어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우며 성숙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너무 실리를 추구하고 잣대로 재어보아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본다.
에고이스트는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며 지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늘 겸손함으로 돌보고 채워나가며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결혼은 인생의 제2막이라 할 수 있다. 혼자 살아온 인생에서 파트너와 함께 가정을 꾸미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하는 터닝 포인트이다.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B는 Birth(태어남)이고, D는 Death(죽음)을 가리킨다. 인생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동안의 여정이기에, B와 D사이에는 C라는 글자가 있다.
C는 Choice(선택)를 말한다. 인생은 B에서 D까지 주어진 삶의 여정이지만 그 여정은 우리가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수많은 선택이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도 그 중의 하나이다.
결혼의 전제는 사랑이고 믿음이어야 한다. 사랑과 믿음의 바탕위에 이루어진 선택은 거친 세파를 헤쳐 나갈 수 있으나, 조건을 따져서 결혼한 사람은 조건이 사라질 때 헤어지기 십상이다.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듯이 권력도 오래가지 않고 미모 역시 한 순간이며, 쉽게 싫증을 느낄 수 있다. 당대를 잘 지킨 부자도 그리 많지 않은 세상이다.
사랑의 깊이와 믿음의 두께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무엇을 자로 잰단 말인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사랑하면 그 이상 조건이 무엇이 있겠는가.
사랑에 눈이 멀어 ‘눈에 콩 깎지가 씌운다.’는 말처럼 상대방의 좋은 점만 눈에 띌 때 결혼을 서두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둘이서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