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밤에 축구국가대표 평가전 세르비아와 경기를 본 탓인지 조금 쉬고 싶어서 아침에 좀 여유를 가지고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타이틀은 ‘13년젊게 사는 방법’이다. 강사는 중고등학교 국어선생경력과 방송사(OBS) 사장도 했었으며, 현재는 가수다.
강의의 요지는 드라마(drama) 같이 살라는 것이다. 강사는 드라마의 스펠링(spelling)순으로 dream(꿈), romance(사랑), action(실천), mystery(의혹), adventure(모험)의 앞 자가 모여서 드라마어원이 된 것이라며 강의를 재미있게 했다. 젊게 사는 방법은, 반성하고 결심해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라는 평범한 말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결심을 실천하려면 3심(心)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3심은 의심, 욕심, 근심이다. 의심은 마음의 고름이며 욕심은 마음의 기름이며 근심은 마음의 주름이라는 것이다.
이 3심을 멀리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주문을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문은 “<상대방의>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사정의 분명히 있을 것이다.”이다. 마음의 괴로울 때 이 주문을 외우라는 것이다. 나도 삶에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오후에는 아내를 대신해서 동문시장을 돌아서 탑동이마트에 들려서 식료품 등을 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5층에 가기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30대 후반젊은 여자의 ‘잠깐만요’ 소리에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그녀는 계속 휴대전화를 하면서 2층 버튼을 눌렀다. 고맙다는 말은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2층이면 걸어가도 될 것 같은데, 감사하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얄밉게 느꼈지만 꾹 참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5층 갈 때까지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침에 KBS 아침마당에서 본 젊게 사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그 여자는 평소에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로 전화를 받고 있어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을 런지 모른다. 그 여자를 삐뚤어지게 생각하면 불행해 지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바로 나라고 생각해서 마음 고쳐먹었다. 다시 집에 오기 위해서 이마트 앞에 신호등 없는 건널목을 지나는데 과속하는 영업용 택시가 크락션을 울리면서 비키라고 한다.
건널목은 보행자 우선인데 말이다. 무거운 것도 들고 해서 짜증이 났다. 그래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택시 안에는 산통이 시작되는 임산부나 위급환자가 타고 있을지 모른다고 나자신을 위로했다. 이마트 옆길에 늘어선 택시 중 순서대로 제일 앞차를 양손에 물건을 든 채로 택시를 탔다. 손님이 없어 한참을 기다린 듯했다. 일도동을 가자고 했다.
행선지를 들은 기사의 얼굴에서 실망을 감추지 못한 표정을 읽었다. 기본요금 거리이기 때문인 듯하다. “손님에게 인사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택시비를 받고도 기사의 짜증스러운 표정은 여전 했다.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내가 했다.
정당한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탔는데 짜증까지 받아야 하는 사실에 불쾌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음 고쳐먹었다. 기사의 입장을 생각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손님을 태웠으나 겨우 기본요금밖에 벌지 못했으니 실망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니까 오히려 내 마음에 평온이 왔다. 오후에는 동내 은행에 갔다.
현금인출기로도 현금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고액권이 필요해서 은행 창구에 가서 순서 전표를 누르고 번호표를 가지고 순서를 기다리다가 민원대 앞 번호판에 내 순서가 되어 돈을 찾는 중에 어떤 젊은 아주머니가 달려와서 은행 창구 직원에게 큰소리를 치면서 왜 순서를 안 지키느냐? 자존심상해서 기분 나쁘다며 창구여직원에게 호통을 친후 나가버린다.
창구 여직원은 호명을 해도 창구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손님을 처리하게 된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으나 안 통했다. 나도 미안 하다고 사과했으나 말대답도 없이 일도 안보고 나가 버린다. 늦어도 3분이다. 참으로 불쾌 했으나, 그 젊은 여자 손님의 자존심을 이해하기로 했다. 이 젊은 여자 손님도 심성은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나 순간을 참지 못해서 배려와 양보를 못한 것으로 생각하니 평상심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1분마다 모든 것을 바꿀 기회가 온다.<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짧은 시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생각을 바꾸는 선택은 1분이 아니라 10초밖에 걸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 순간 작은 사고의 전환이 젊게 살고 늙게 사는 인자를 결정한다.” 젊게 사는 것은 선택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쉽게 남을 탓하고 스스로를 변명하며 늙어 가는지도 모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