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부조금으로 쓸 현금을 찾으려고 은행에 들렀더니 현금지급기에 ‘오만원권 이용가능’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두툼한 지갑이야 기분만 좋아지지 사실 불편한 점이 많고, 오만원권을 실제로 본 적도 없는 터라 주저없이 오만원권을 인출했다. 지갑도 가볍고, 봉투도 가볍고 참 편한데, 고액권 발행에 왜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했었지 싶다.
그러고 보니 반대 측의 유력한 논거는 고액권으로 인해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유통이 더 쉬워질 것이라는 주장이었고, 국민들의 동의를 많이 얻기도 했다. 훨씬 얇아진 봉투를 보며 과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편지봉투 하나에도 수백만원은 쉽게 들어갈 듯하니 말로만 듣던 사과박스에는 과연 얼마나 들어갈까?
과거에 비해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이 되긴 했으나, 아직도 돈 선거가 청산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제주는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요즘처럼 돈 선거가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지면 이를 막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는데 돈의 부피도 줄어드니 걱정이 될 수밖에.
돈으로 당선된 후보자는 자기가 쓴 돈을 회수하고자 하고, 돈을 받은 사람은 이에 대해 눈을 감는 경우가 많아 그 단체의 경영이 부실해지게 될뿐더러, 법의 심판을 받아 재선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이중으로 들게 되는 선거관련 경비는 결국 국민의 세금과 조합경비라는 점에서 돈 선거의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 된다.
결국은 유권자 개인이 돈을 받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보다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순간의 유혹을 뿌리친다면, 이렇게 편리한 돈을 앞에 두고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송 창 근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