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WCC에 걸맞은 제주의 ‘환경그릇’을
[데스크 칼럼] WCC에 걸맞은 제주의 ‘환경그릇’을
  • 정흥남
  • 승인 2009.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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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장편소설과 참회록 인생록 등 작품을 통해 여러 방면에 걸쳐 인생의 좌표가 될 명언들을 남겼다.

'한 해의 마지막에 가서 그 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규정한 사람도 다름 아닌 톨스토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곡절을 겪기도 하고, 잘잘못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경우도 물론 있을 테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조그만 발전이라도 이뤄내는 것이 곧 행복의 조건이라는 뜻일 게다.

내일이면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열린다.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달을 맞아 누구나 감회에 젖어 지난 일들을 되돌아 보게 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기축년(己丑年)에서 끝단으로 넘어가는 제주는 ‘환경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2012년 제5차 세계환경보전총회(WCC)를 유치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세계 160여개국, 1만여명의 환경분야 관계자들이 제주에 머물면서 세계의 자연보전․생물다양성․기후변화 등 지구의 환경의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는 분명 제주의 ‘환경역사’에 큰 획을 긋는 환영하고 축하해야 할 대 역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2012 WCC 제주유치는 제주의 환경보전 실태를 돌아볼 기회를 만드는 것도 역시 현실이다.

하나된 도민들의 힘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는 환경 분야 국제회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서 '환경올림픽'으로도 불린다.

2012년 행사 기간에는 IUCN의 160개 회원국에서 1100여 개 단체, 1만여 명이 참가해 전체회의와 지역회의, 워크숍, 전시회 등 900여 개의 행사가 열흘 동안 열려 생태 보전과 생물다양성 제고, 기후변화 대응 등을 주제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행사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만도 1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와 2012년 여수엑스포 등과 연계하면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수 방문객들이 제주를 찾고, 제주 관광객들이 우포늪 등과 여수엑스포를 방문하도록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이를 통해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을 적나라하게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제주는 무한한 유․형의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제주를 세계에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WCC 총회를 유치하는데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와 지방정부인 제주도의 노력이 주효했으면 그 기저는 하나 된 도민들의 힘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주다운’것이 경쟁력

제주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명분아래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자연환경 훼손이 이어져 왔다.

2000년대 이후 제주는 단지형태의 대규모 관광개발이 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환경보전은 개발에 밀려나야 했다.

그동안 제주환경보호의 보루로 남았던 해발 200m이상 중산간 지역도 대부분 개발에 노출됐으며 해안변 역시 말 그대로 목 좋은 곳은 죄다 콘도 또는 펜션과 별장이 꿰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주에 문화재지구와 국립공원이 지정돼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제주지역 한 환경단체는 최근 WCC 제주유치와 관련 논평을 내고 “이제는 제주도의 발전전략을 개발 중심에서 생태보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제주도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개발위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세계 정상급의 친환경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며 “특히 WCC유치가 경제적 효과를 우선시 한다면 행사의 본질인 자연환경보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굳이 이 단체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정책을 냉철하게 진단한 뒤 이를 토대로 WCC 제주 유치에 걸맞은 진취적인 환경정책들을 담은 제주만의 ‘환경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한 단계 앞으로 나가야 할 시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톨스토이는 미래를 향해 한발짝 이나마 나아갈 수만 있다면, 이것이 곧 행복이라고 말했다.

WCC 유치는 ‘가장 제주다운 것이 경쟁력’ 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 확인시켰다.

이 ‘제주다운 것’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에 대한 정답은 하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보다 보전이다.

정  흥  남
부국장/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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