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민의례는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으로 이어진다.
국민의례하면 먼저 총화단결 외치던 군사정권 시절이 떠오른다.
온 국민이 국민체조를 하고 매일 오후 5시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던 시대, 노래도 왜색가요와 퇴폐가요는 방송 금지가 되고 헤어스타일과 치마 길이까지 관리했다.
극장에서는 애국가가 상영되고 선생님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외우지 않는 학생들을 적발했다.
한국의 현행 법체계에서도 국민의례는 존중 받아야할 의례일 수 있지만 국민의 의무는 아니다.
특히 애국가는 친일인사 안익태가 작곡하지 않았는가?
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각성하기 시작한 시민사회는 강제적 의례를 거부하고, 다른 의례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광주영령'들을 기리는 '민중의례'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를 금지시키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냈다.
민중의례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란다.
공무원들이 민중의례를 하면 그들의 정체성이나 사상이 의심 받아야 하는가? 그들이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시민군으로 싸우다 전남도청에서 숨져간 윤상원 열사와 들불 야학에서 활동하다 세상을 떠난 노동자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기념하여 만든 광주항쟁을 다룬 노래이다.
그 특유의 비장하면서도 웅장한 행진곡 스타일은 민중가요의 모델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후부터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행사에서 보통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민중의례로 자리 잡았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인 2007년부터, 다른 정치인들처럼 성조기를 가슴에 달지도, 국기에 대해 손을 올리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오바마 선거캠프는 “우리는 모두 성조기를 공경한다. 그러나 오바마 상원의원은 애국자는 눈에 보이는 상징 그 이상의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참전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미국민들에게 이 참혹한 전쟁에 관해 솔직히 말하겠다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국기에 대해서 학교에서 교육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하는 일이 연방헌법에 위배된다고 대법원의 심판을 받은 것이 1942년이다.
심지어 필리핀에서도 1994년, "국민의례를 강요당할 수 있다는 발상은 현 세대 필리핀 국민의 양심과 조화를 이루지 않고 자유로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프랑스 국가나 미국 국가는 ‘피로 물든 창’ ‘목을 따러 온다’ 등 훨씬 더 과격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무원이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 관점으로 볼 때도 과도한 조치이다.
행안부는 민중의례가 소위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이라는 말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에 공무원노조도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신문광고로 대응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에게 정권의 시녀가 되길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공무원은 정부정책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수 없으며, 기존의 단체협약 이행을 중단하고 사무실을 폐쇄하고 민주노총과 같은 상급단체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리고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 참가하여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습니다”라고 신문광고를 게재한 공무원노조 간부 14명을 검찰이 기소하고, 17명을 파면__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노조 행사는 노조의 자주적 행사이다. 공무원노조 간부들 중에서 대한민국을 거부한 사람은 없다.
국가의 공식적 행사 때는 국민의례를 부르고 노조의 자주적 행사 때는 민중의례를 하겠다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민중의례를 금지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81조에 정확히 합치하는 부당노동행위다.
공무원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위원회로 제소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할 계획이다.
오히려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욕되게 하는 것은 정부일지도 모른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