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교단에 바치고, 50여년간 한글서예계에 헌신하고 계신 한곬 현병찬 선생님께서 고희를 기념하여 개인 전시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름 하여 “현병찬 삼무 필묵전!”.
지난 10월 29일부터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1차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이제 우리 고향 제주에서는 11월 25일부터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6일간 개최한다고 합니다.
일찍이 각종 행사장에서 무료가훈 써주시기 봉사로 도민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알려진 선생님께서 일생에 단 한번 전시회를 마련하셨는데 서 예술을 좋아하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성공적인 전시회로 끝나길 두손 모아 기원해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감히 이글을 스스로 쓰게 된 것은 ‘남을 움직이려면 내가 먼저 자기 움직여야 한다’는 한곬 선생님의 평소 생활철학과 소박하시면서도 언제나 창작혼을 불태우며 열정적인 자세로 묵묵히 봉사하시는 훌륭한 모습을 본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잊지 못하는 이유는 2002년도 나른한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제주대표 연사였던 저는 학원을 경영하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웅변부문 정상에 한번 꼭 서 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10여 차례 넘게 전국무대에 도전 할 때였습니다.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여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덕담을 듣기 위하여 한경면 저지 예술인촌 마을내에 있는 ‘먹글이 있는 집,을 찾아갔더니 한곬 선생님께서 말없이 “햄시민 돼여”라는 휘호를 써 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이듬해 저는 웅변을 배운지 25년만에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해양강국건설 전국웅변대회에서 영예의 대한민국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었으니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쟝르는 달라도 어느 분야든 제주인의 자존을 지키며 정상에 우뚝 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렵기 때문에 도전의 가치가 있고 그 목표를 성취 했을 때 진심어린 축하를 받는 일이겠지요.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한곬 선생님은 외곬스런 집념으로 오로지 먹통을 벗 삼아 붓과 씨름하시더니 ’92년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을 수상 하셨고,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 한글서예사랑모임 이사장으로서 후진들을 양성하며 또한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한글서예분과위원장직을 맡아 우리나라 서예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계신 분이십니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구수한 제주어를 서 예술로 맛깔스럽게 표현해내는 일들은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널리 고양하는 일이라 확신해마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10여년전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글날에 한글사랑서예대전을 전국규모로 개최하는 등 한글을 미적 감각을 갖춘 조형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지금부터 563년전 훈민정음을 반포하신 세종대왕께서도 살아계셨으면 크게 기뻐하며 큰 상(?)이라도 내릴 일은 아닐런지요.
이번 전시회에는 제주도를 주제로 한 한곬 선생님의 서예 일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겨지기에 한번 쯤 가족들과 손잡고 관람하며 묵향에 푹 빠져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세계의 수많은 문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서 예술로 훌륭하게 꽃피워낸 한곬 현병찬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거듭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듬뿍 보내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조 영 희
한국화술학원 원장(제주대학교 화술지도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