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신종플루 괴담' 공포
[김덕남 칼럼] '신종플루 괴담' 공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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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황당 소문 확산

주말에 고향을 다녀왔다. 시골마을이다.

거기서 초등 1학년과 3학년 아이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 했다. 엄마의 반대로 학교에서 권장하는 “신종 플루 백신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백신을 맞으면 위험하다”는 ‘신종플루 괴담’이 만들어낸 ‘백신주사 거부 실제상황’이다.

 괴담은 “수백만명이 감염돼 죽을 것”이라고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약을 팔아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선진국 제약회사의 자작극”이라는 말도 있다.

 “통제가 불가능한 인구 청소를 위해 강대국이 인풀루엔자와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있다.

기침한번에 ‘왕따‘가 생기고 신종플루가 학교 결석핑계로 이용되기도 한다. “보건 당국이 학생들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황당한 괴담도 떠다닌다.

‘신종플루 예방 부적’까지 등장했다. 괴담은 공포를 낳는다. 공포는 통제 불능의 심리적 집단히스테리를 부른다.

신종플루의 실체와 진실에 대한 무분별한 자극적 보도와 보건당국의 우왕좌왕 대응력, 그리고 오류통계를 악용하여 막연한 사회ㆍ정치적 적개심을 부추기는 인터넷 문화의 전염병식 전파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 위험과 허상 구분해야

그렇다고 ‘신종플루 공포’가 맹탕에서 지어낸 말은 아니다.

사실의 변형이다. 유용한 의구심과 근거 있는 불안감, 납득할만한 지적이 개입돼 있기에 그냥 ‘괴담’으로만 치워버리기에는 찜찜하다.

신종플루는 발생했고 급속도로 전염되고 있다.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요 현실이다. 따라서 공포는 이런 사실과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현실을 교묘하게 주물러 더 큰 사회적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과도하게 포장하여 배달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독감 수준’의 위험성을 작위(作爲)로 확대재생산하여 공포의 풍선에 바람을 넣어 무작정 유포하는 데 있다. ‘드니 뒤클로’(Denis duclos곀조壕?인류학자)도 지적했다.

 “지구 종말이라도 되는 듯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 할 경우 귀 얇은 이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최악의 상상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맹목적 공포의 담론에 빠지지 않으면서 신종플루에 대한 실질적 위험과 허상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신종플루 공포’해소에 대한 그의 조언이며 처방이다.

이성적 판단과 대처 필요

프랑스 의학 아카데미 ‘마르코 장 틸리니’교수도 현재 인플루엔자A에 대처하는 세계적 호들갑을 꼬집었다.

리스크 학(Riskology)에 정말로 위험하지만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우로 언급되는 말라리아나 당뇨의 위험성에 대한 무관심을 빗대고 있는 것이다.

매년 말라리아로 100만명, 당뇨로 400만명이 희생된다고 한다.

빈곤국에서는 세균성 위장염 등으로만 어린이 100만명, 성인 60만명이 숨진다. 이 같은 현실을 일부러 외면하고 ‘인플 구멍’만 파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그런데도 과학계와 보건 분야 책임자들이 “아직까지 잠재적 수준인 독감의 위험성에만 매달려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는 힐난(詰難)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통계기준 연간 24만6000여명이 숨졌다.

여기서 암이나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으로만 11만6000명이 사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5870명이었다.

 매일 16명이 희생당한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종플루에만 목매달고 있다.

그렇다고 신종플루에 의한 희생은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의연히 대처하는 지혜를 짜내자는 것뿐이다.

지나친 공포감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극작가 ‘월레 소잉카’는 ‘집단적 공포는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키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라 했다.

정부와 의료계, 언론과 국민의 이성적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인 것이다. 호들갑이나 공포유발보다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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