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품 판치는데 오를리가 있나
비상품 판치는데 오를리가 있나
  • 임성준
  • 승인 2009.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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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도매시장 1.9번과 섞어 판매…단속 사각지대
극심한 소비 부진 매기 '뚝' ..."너무 싸도 안 먹는다"
감귤값 폭락은 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 탓도 있지만 비상품 유통행위가 대도시에서 여전히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재래시장 내 청과시장.

이 곳은 공판장을 거치지 않고 상인들이 직접 산지에서 가져 와 도매로 유통시키는 이른바 유사 도매시장이다.

서울에서 가락동공판장 등 공영도매시장 다음으로 많은 물량이 유통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대형트럭에서 감귤 수백상자가 내려져 가게마다 수북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가게에선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서로 다른 감귤들이 한 박스 안에 섞인 채 진열돼 있다.

유통이 금지된 크기가 매우 작은 1번과와 큰 9번과를 상품인 2번과와 8번과와 섞어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락공판장에서 만난 한 중도매인은 "유통명령제 도입한 들 아무 소용없다"며 "재래시장에서 상품과 비상품을 섞어 팔고 중량까지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지에서부터 비상품 도외 반출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감귤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더욱이 전국에 파견된 감귤유통조절명령 이행점검반도 공영도매시장 위주로 단속하고 유사 도매시장은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가락동공판장 등 공영도매시장은 올해부터 법적으로 비상품 유입을 원천차단하기 때문에 실제 단속은 유사도매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극심한 소비 부진이 문제다.

풍작에다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농민들 뿐만 아니라 대도시 유통 현장 곳곳에서도 한숨이 절로 터져나오고 있다.

재래시장 내 한 청과상은 "올해산 노지감귤이 맛은 좋은데 팔리지 않는다"라며 "이런 경우는 50년만에 처음"이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서울시내 노점상에선 감귤 한바구니에 2000원, 10개에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탐스럽고 맛 좋은 감귤이 개당 1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이 마저도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수확철을 맞은 단감도 한개에 200원. 단감도 올해 풍작으로 지난해 중품 15㎏ 한 박스에 2만원선이던 것이 올해는 1만5000원 선으로 하락했다.

한 소매상은 "과일은 너무 값이 싸도 찾지 않는다"라며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서울시내 음식점도 썰렁하고 과일도 사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에선 감귤 가게가 사라진 지 오래다.

1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산물공판장.

이날 경매된 노지감귤 10㎏들이 한 박스 평균가는 7800원.

출하 이후 최저가를 기록한데다 지난해 같은 날 1만2900원보다 5000원가량 하락했다. 대풍년이었던 2007년산 7500원과 비슷했다.

천호진 경매사(부장)는 "사과 배 단감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과일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물량은 많지만 맛이 좋아 어느정도 기대는 했는데 시세가 예전만 못하다"며 출하량 조절을 주문했다.

중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 "'불로초' 등 브랜드 감귤은 3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명품을 생산해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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