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굿모닝 프레지던트
[세평시평] 굿모닝 프레지던트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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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휴대전화에 극장표 예매번호가 떴다.

우리부부는 딸이 만들어 논 스케줄에 꼼짝없이 묶이게 되었다. 딸애가 만든 깜짝이벤트 속엔 금슬상화(琴瑟相和)를 바라는 딸의 심사가 숨겨있는 것 같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딸이 예약해 둔 영화제목이다.

이 영화는 국사에 쫓기면서 사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대통령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해학적으로 그려낸 풍자극이다.

국가운영이라는 중책을 떠안은 대통령들은 비서실에서 만든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면서 경내에서까지 철저하게 경호가 이루어져 사생활이 자유롭지 않았다. 영화에는 세 사람이 대통령이 등장한다.

첫 번째 등장한 대통령(배역:이순재)은 로또복권발행 기념행사에서 받은 복권이 1등에 당첨되게 된다.

244억이라는 당첨금 때문에 속앓이를 하며 국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가, 경축일 행사장에서 대국민 연설의 말미에 당첨사실을 실토하고 복지기금으로 전액 헌납하겠다고 말해 버린다.

영부인 역을 맡은 전양자씨는 자기와 의논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며 절반만 기부했으면 퇴임후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아서 좋았을 것 아니냐며 부부싸움은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대통령내외는 퇴임 후에도 복권으로 요행을 바라면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두 번째 등장한 대통령(배역:장동건)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젊은 대통령답게 주변 강대국과 힘겨루기에 결코 밀리지 않고 국정운영을 잘 해 나가면서, 한편으론 인간적인 정에 무척 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

부모의 가르침인 ‘이웃을 먼저 도와주라’는 말을 신념으로 지키면서, 한 젊은이가 ‘아버지와 혈액형이 맞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며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매달리자 수술대에 올라 신장까지 떼어주게 된다.

그러면서도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소심한 꽃미남 싱글대통령이다. 결국은 첫사랑 여인과 연민의 정을 나누며 로맨스를 즐기게 된다.

세 번째 등장한 대통령(배역:고두심)은 여걸답게 복지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잘 펴서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하게 되나, 대책 없는 남편의 내조로 인해 이혼위기를 겪게 된다.

남편이 노후준비로 축산단지를 만들려고 땅을 사들인 것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대통령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대통령가정이 파탄위기에 몰리게 된다. 가정을 택할 것인가.

대통령 자리를 지킬 것인가 고민하다가 대통령궁내 요리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해답을 찾게 된다. ‘국민은 불행한 대통령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행복해야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손수 차를 몰고 헤어진 남편을 찾아 시댁으로 달려간다.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찾느라 야단법석이고 간신히 뒤 쫓아와 바리게이트를 쳐서 경호하기 시작했고, 대통령은 남편을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춤을 추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대통령이 자리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전직대통령은 ‘대통령 못 해 먹겠다.’ ‘정치하지 마라’는 말을 했겠는가 짐작케 하는 영화였다.

올해 험난한 인생역정 속에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후 대통령을 지내신 두 분이 생을 마감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사형언도를 받기도 하며 참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가신 분들이셨다.

젊은 날엔 군부독재와 맞서서 민주주의의 대변자로 인권변호사로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열정을 바쳐 온 분들이시다.

조그마한 한반도 땅에 지역이기주의가 얼마나 드센지,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면서 연정과 경선카드로 어렵사리 대통령자리에 오른 분들이셨다. 두 분 덕에 우리사회의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

또 국가권력이 중립성이 보장되어 억울하게 권력에 희생당하는 민초들이 없어지고 과거에 억울하게 누명을 씌운 죄도 회복시켜주었다.

대통령은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경제양극화가 낳은 빈곤문제를 복지예산을 증액시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시장경제라는 자본주의의 습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 경제파탄과 민생파탄의 책임도 짊어져야 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이룬다고 만들어 논 ‘세종시 법’은 정권이 바뀌자 추진동력을 잃어버려 예산만 낭비하게 되어 치적이기는커녕 실정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한 분의 대통령은 권력주변의 부정축재를 청산하지 못하여 아들을 감옥에 가두기도 했고, 한분은 흠집난 자신의 도덕성 때문에 고뇌하다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대통령도 가정에서는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피의자의 신분으로 줄줄이 끌려 나가는 가족들의 겪는 고초앞에 그 참담한 심경 오죽했으랴. 유토피아를 꿈꾸던 대통령이 숭고한 뜻을 알기에 국민들은 모두가 애도하며 그 분들을 보내드렸다.

 ‘나의 실패는 진보와 민주주의의 실패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을 고통이 너무 크다.’던 대통령의 말을 상기해 보면서, 다음에는 모두에게 추앙받는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원해 본다.

‘행복한 대통령이 행복한 국민을 만들 수 있다.’ 지당한 말이다.

굿 모닝 프레지던트.

강  선  종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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