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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학원가가 시끄럽다. 학원 설립과 관련한 시설기준 조례안 개정을 놓고 학원가 안에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립구도를 보면 소수와 다수와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수그룹이건 다수 그룹이건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양쪽 모두 ‘밥그릇 싸움‘인 것이다.
발단은 도의회의 ‘제주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도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안은 시설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제주지역 학원 설립 기준이 서울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강화되어 있어 지역 균형과 형평성에 맞게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내용을 보면 입시학원의 경우 동지역과 읍면지역 기존면적 300m와 150m이상에서 120m와 60m이상으로 대폭 완화 했고 보습학원인 경우 동지역 현행 120m, 읍면지역 80m에서 60m와 45m로 대폭 줄였다. 캄퓨터 학원 시설기준도 역시 시설기준을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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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설기준 완화는 자본력이 약한 사람들의 학원운영을 그만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찬.반을 부르는 핵심 사안이다.
학원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부모나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해주고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고액 과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쪽도 나름대로 설득논리를 펴고 있다. “학원 난립을 부추겨 학습 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지고 소수고액 과외도 양산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원 난립’과 ‘선택권 확대’ 부분을 제외하면 찬.반 양쪽이 공교롭게도 찬.반 주장이유로 ‘학습 환경 문제’와 ‘고액과외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한 쪽은 학습 환경 개선과 고액과외 근절을 위해 시설기준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반대쪽은 시설기준 강화가 오히려 학습 환경 개선과 고액과외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은 동일 내용이다.
학습 환경 개선과 고액과외 해소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주장만이 선이라고 고집피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설득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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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 것만이 옳다”고 양쪽 주장이 팽팽하다면 다른 선택지에서 해결방향을 찾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학원 설립기준 완화가 안겨 줄 득실을 계산하여 득이 많다면 그 쪽으로 선택폭을 넓혀가는 방안을 말함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규제완화 찬성’ 쪽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제주도내 학원 설립기준은 서울 등 대도시의 그것보다 대폭 강화된 것이다. 시설면적 기준이 3배나 크다는 것이다. 이를 형평성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기준은 자본력이 강한 사람만 학원을 운영할 수 있고 그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수용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이런 강화된 시설 기준은 학원 운영 진입장벽을 높이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설 규모가 작지만 쾌적한 학습 환경, 학생 수가 적지만 강화된 학습 지도력을 담보할 수 있다면 시설규모가 작은 강소학원이 오히려 시설 규모가 큰 대형 학원이 갖추지 못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장논리에도 맞고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도의회는 이쪽저쪽 여론을 의식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관련 조례 개정안을 당당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