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주도의 관광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기만 하는 것은 뭔가 허전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줄 관광요소가 하나 더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주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제주인의 문화이다.
내가 다니는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는 1968년부터 매해 여름을 기하여 제주도의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제주도의 문화유산을 조사 · 수집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해마다 조사를 하면서 느끼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5-60 년 전의 기억을 겨우겨우 되살려가면서 제보해 주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요새는 맷돌 돌릴 일도 없고, 말이나 소를 기를 일도 없고, 노를 저어서 바다에 나가는 일도 없을뿐더러 당(堂)에 가서 비는 일도 드물기에 이런 일과 관련한 이야기와 노래가 없어졌다.
이렇게 제주 고유의 문화가 점차 없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유교가 제주도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민속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억압하였다.
그런 억압의 와중에서도 유교는 제주도민의 삶 모두를 지배하지는 못하였다.
6~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우리의 민속은 타파되어야 될 대상으로 여겨졌다.
제주도의 민속을 타파하는데 가장 앞서서 진두지휘한 사람들은 제주도의 관료들이다.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제주도에서 산 지 25년이다. 제주 청년의 표준이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고받는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말을 모르니 생각이 다르고 결국은 정체성이 흔들린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물론 제주 문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지 않았던 우리 젊은이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런 여건을 조성해 주지 않으신 많은 삼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미래의 예비 국어교사이다.
그럼에도 제주문화에 대해서 무지한데, 앞으로 내가 제주의 문화와 제주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학교의 교육이 국가주도로 획일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지역으로 그 권한이 분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교육은 그 학생들이 살아가는 사회ㆍ문화적 맥락과 동떨어져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둘 때, 도내 학교에서 제주도 지역사회, 그리고 제주인의 문화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결국 지금 제주도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제주 문화의 발굴, 보전, 계승이다.
제주 문화의 발굴, 보전을 위해서 관련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계승을 위해서는 도내 학교에서 제주 문화 교육에 대한 비중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났으면 제주의 문화를 알고, 제주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문 정 현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