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막걸리의 부활
[세평시평] 막걸리의 부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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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까 말까 마실까 말까/에라 모르겠다 마시자/마셔도 고대답게 막걸리를 마셔라/맥주는 싱거우니 신촌골로 돌려라/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취하도록/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다 같이 마시자/고려대학교 막걸리대학교/아~ 고려대학교 막걸리대학교/막걸리를 마셔도 고대답게 마셔라/만주땅은 우리땅 태평양도 양보 못한다.’ 고려대학교 응원가이다. 여기서 신촌골은 연세대학교를 지칭한다. 과거 연세대생의 이미지가 ‘매너 있는 신사’였다면, 고려대생의 그것은 ‘뚝심 있는 돌쇠’에 가까웠다. 요즘 고려대에서는 와인 대신 다시 막걸리로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대학가뿐만 아니라 골프장에도 막걸리가 등장했다. 백화점에도 막걸리 코너가 생겼다. 롯데백화점, 현대박화점, 신세계백화점들의 막걸리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선 항공기에까지 막걸리가 진출했다. 아시아나 항공이 기내에 막걸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한항공도 막걸리를 이용한 빵을 기내 간식 메뉴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막걸리의 천연효모와 유산균을 사용해 만든 ‘막걸리 쌀빵’이며, 알코올은 증발하고 막걸리 고유의 맛만 남아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즐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 문화방송 뉴스 미디어그룹이 투자해 제주에서 올 로케로 제작된 TV단편영화 ‘제주도 막걸리아저씨’가 최근 상해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영됐다. 지난 2007년 10월 한 달 동안 서귀포시 예래생태마을을 주무대로 촬영한 ‘제주도 막걸리아저씨’는 90분짜리 TV단편영화로 중국인 총각과 제주 아가씨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미국의 뉴스채널 CNN까지 막걸리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현대식 방식이 아니라 전통방식이 더 맛있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스트가 부풀어 오르면 막걸리가 큰 항아리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살짝 탄산이 생기고 달콤한 우윳빛 막걸리가 완성된다는 막걸리의 제조 과정까지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막걸리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 한국 주류에 대한 과세와 금지 조치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한국인들이 비밀리에 막걸리를 계속 제조해온 덕택에 지금까지 비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CNN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술 막걸리는 역사가 오래된 술로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알코올 성분이 낮은 6-7도위 술이다. 탁주 농주 재주 회주라고도 한다. 또한 동동주라 한다. <조선양조사〉에 "중국에서 전래된 막걸리는 처음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전 국토에 전파되어 민족 고유주가 되었다" 고 씌어 있는데 그 진위는 가리기 어려우나 토속성이 짙은 술임은 분명하다. 우리 막걸리는 단맛, 신맛, 쓴맛 , 떫은 맛이 잘 어울어져서 오감으로 느끼게 되는 감칠맛과 청명하고 시원한 맛이 있으며, 땀 흘려 일할 때 한잔 쭉 하면, 허기진 공복도 충분히 해결해준다.

근자에는 막걸리의 효능이 밝혀져서 항암효과가 막걸리의 앙금 속에 농축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막걸리 앙금이 암을 예방하며, 갱년기 장애와 노화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진 까닭인지 일본인들이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뉴스에 나오고 있다.

일찍이 시인들도 막걸리를 노래하였다. 시인 김해화는「인부29」에서 ‘장마통 함바의 소주잔으로/막걸리 잔으로/뜨겁게 주고받은 노가다 해방의 세상/우리들 빛나는 노동의 꿈을/부디 잊지 말거라//잘 있거라’라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그렸다. 시인 천상병도「막걸리」라는 시를 통하여 ‘나는 술을 좋아하되/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막걸리는/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생각날 때만 마시니/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맥주는/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마누라는/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음식으로/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다만 이것뿐인데/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막걸리는 술이 아니고/밥이나 마찬가지다/밥일 뿐만 아니라/즐거움을 더해주는/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막걸리보안법’ 이야기도 다시 화제다. 정보기관의 ‘한건주의’가 독재권력의 강압 통치에 편승해 사회 불평·불만 세력 적발에 악용된 사건들도 많이 있다. 물론 막걸리 몇 잔에 취해 내뱉은 몇 마디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한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이게 왜 막걸리 때문인가.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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