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地方)과 지역(地域)
지방(地方)과 지역(地域)
  • 제주타임스
  • 승인 2004.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과 지역은 비슷한 용어이다. 거의 구분하여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어로 알고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사전을 보자. 이희승 편저로 된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지방’은 ①어느 한 방면(方面)의 땅이거나 ②서울 밖의 지역 또는 시골이다. 그런가 하면 ‘지역’은 지표면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분한 부분으로서 ①산지·평야 또는 열대·온대 등을 주로 하는 자연적인 것(자연지역)과 ②도·시·읍·면 등과 같이 인위적으로 구획되는 것(형식지역)이 있다. 이처럼 사전에서는 구별이 가능하게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자나 전문가들도 습관처럼 혼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이라는 말보다는 지방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 듯 싶다. 특히 분야에 따라 관용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많다.

정칟행정 쪽에서는 지방자칟지방분권·지방의회·지방대학·지방경찰·지방세 등 ‘지방’이라는 말을 쓰고, 사회·경제분야에서는 지역사회·지역개발·지역경제·지역협력 등 ‘지역’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있다. 요즘에는 지방문화·지방언론보다는 지역문화·지역언론을 이라는 말을 더 쓰고있다.

 전통적으로 지방분권체제가 발달해온 국가에서는 전체에 대한 한 부분으로서의 ‘지역’이라는 개념이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 속에서 수도 중심의 중앙집권체제가 정착되어, 거기에 익숙해진 나라에서는 중앙에 상대되는 말로서 ‘지방’이라는 개념이 일반화하고 있다.

 결국 ‘지방’이란 중앙 지향적인 개념으로, 중앙의 종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격하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중앙집권체제에서의 ‘지방’은 중앙에 대한 정치적 하향성과 경제적 하청성, 그리고 문화적 하급성으로 대변되는 주변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지역’은 일정한 지리적 공간으로서 전체와 부분과의 상관성을 전제로 하여 지역 간 차별성이 없으며, 오히려 평등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한 국가를 전체라는 대상으로 볼 때, 그 중 한 부분으로서의 일정한 지리적 공간은 중앙에 종속된다는 ‘지방’개념보다는 독자적이라는 뜻을 지닌 ‘지역’이라는 의미가 더욱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중앙과 지방이라는 종속적 관계를 청산해야 할 시점이다. 전체와 부분간의 상관성을 전제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역단위의 평등성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전국’과 ‘지역’이라는 새로운 상대적 관계를 정립시켜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자치단체에서는 ‘지방’혁신이 아닌 ‘지역’혁신이라는 용어를 구사하며 ‘지역이 희망입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 박람회’도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이 박람회는 혁신과 성장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지역’의 힘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어의 정확한 개념정의(定義)는 학문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역주의’와 ‘지역이기주의’도 확실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였으면 한다.

지역주의는 향토애를 근본 삼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요 생활공간인 ‘지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일종의 이념(理念)으로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지역이기주의는 자기의 이해(利害)만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남이나 사회 일반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는 배타적이고 편협한 사고(思考)와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 용 길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