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의 잘못에 엄정하게 처벌 하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총애하던 신하가 왕실의 운영비를 착복했다. 왕은 그 신하의 벼슬을 박탈함은 물론, 왕실 경비병에 명하여 곧 사형을 시킬 것이나, 한 며칠 감옥에 가두라고 명했다.
감옥에 갇힌 신하는 잘못을 비는 상소를 올린 끝에 석방되는 은전을 받았다. 그러나 그 신하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왕은 그 신하가 감옥소에서 나갈 수 있는 은전은 베풀었으나, 백성들이 사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권위를 가진 왕의 특별사면이라고 해도 백성의 뜻에 어긋나면 무용지물이라는 비유다. 특별사면은 시기는 물론 형평성과 대상자에 대한 여론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하는 난제다.
아무나 무턱대고 사면을 하면, 사면이 범죄를 조장하는 행위와 다를게 없다. 법무부가 지난 5월 헌정질서파괴, 선거법 위반, 민간인 학살, 인신매매, 집단살해 등 부정부패와 반인륜적 사범에 대해 특별사면의 제외 대상을 삼고 법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에 대해 사면이 적법한지를 심사하는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를 토대로 사면법 개정안을 연내에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직 소식은 캄캄하지만.
▶특별사면은 정변이 있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행하여지기도 하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해 행하기도 한다. 지난해 광복절에는 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K 모 행자부 전 장관 등 12만여명이 혜택을 보았다.
지난 5월26일 부처님오신날 특사로는 260여명이 대상이 됐다. 대북송금 관계자 북파공작원 과격시위자, 전교조 관계자가 포함됐다. 그러나 광복절에는 부정부패 사범을, 부처님오신날에는 선거사범과 민생사범은 포함되지 않았다.
▶성탄절이 가까워 오면서 도내에 선거법을 위반한 특정인의 성탄절 사면설이 유포되고 있다. 지난 늦봄 대법원 선거법 판결이 있은 후 광복절 사면설이 돌다가 이제는 성탄절로 그 시기가 늦춰졌다.
이 사면설이 다시 3ㆍ1절로 옮아갈지는 두고 볼 일이나,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설이 이처럼 유행하는 것은 그 특정인과 정치권의 물밑 거래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