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도 올레코스(1-1)를 걸었다. 지역 공무원들의 행사에 동참을 했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산, 쪽빛바다, 드넓은 호수 같은 수평선, 정겨운 돌담, 해녀들의 작업도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필자도 올레길 체험은 처음이다. 평소에 한눈에 구상이 되는 내 지역이라 별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아침이면 늘 해안도로 한바퀴를 운동 코스(13㎞)로 돌고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으랴 했다.
그래도 내가 사는 지역에 올레길 정도는 걸어 봐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몇 개월 전 개장을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기회였다.
어렸을 적 올레길의 정겨움만 못하지만 옛 추억의 감회를 느끼게 했다. 땅콩을 수확하고 난 밭에서 풍기는 흙냄새, 들에는 가을이 끝자락인 양 잔디가 푸르름을 읽어가고 있었다.
집 마당을 나서면 시골의 긴 올레길, 꼬불꼬불 골목길, 마을 안 가름 길, 마을을 벗어난 큰 신작로 길이다. 16㎞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길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농촌의 밭과 밭 사이의 오솔길, 비가 오면 물이 밭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좁은 도랑 길의 추억은 봄이면 보리 단을, 가을이면 노랗게 익은 조를 밭에서 소출한 짚단을 무겁게 등에 지고 좁은 도랑을 옆걸음으로 나왔던 생각에 새록새록 뒤돌아보기를 반복했다.
소로 길 밭담 아래 이름 모를 풀꽃이며 억새, 푸성귀도 올레길의 운치를 느끼게 했다.
잔디에 까만 쇠똥이 추억은 이른 가을에 바싹 마른 쇠똥을 주어다 겨울 난방 월동준비로 방 아랫목 아궁에 보리를 타작하고 난 까끄라기 와 혼합해서 난방으로 사용했던 추억도 서린다. 소, 닭, 돼지 똥은 거름으로 땅을 비옥하게 했다.
굽이굽이 길마다 사연 어린 추억들이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했고 늘 주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잊고 살아온 세월에 또 다른 모습으로 시대적 흐름에 정겨움을 맛보곤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도의 올레길 원형은 돌담이다 아직까지 옛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정겹고 선조들이 손때가 묻어 있는 밭담은 생동감이 있다.
해안가 해풍을 막아 농사를 짓기 위한 겹담은 환해장성 못지않은 섬세하고 견고한 우도만이 간직하고 있는 세계적인 보고다.
우도의 올레길은 봄가을에 하룻밤을 머물고 일정을 잘 선택해서 새벽에 우도봉 정상에서 여명을 보고 기우는 달을 보고, 기다리다 솟는 태양을 보고 지는 달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가을에 우도에서 보는 한라산의 정취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이다.
오밀조밀 봉긋봉긋 솟은 오름 들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모습의 우도를 만나보게 된다.
강 영 수
제주시 우도면 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