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집단민원 무마를 위해 지역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 소송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제주지법 행정부에서 나온 판결이다. 지난 2003년 1월 행정당국이 도시가스 시설 사업과 관련해 집단민원이 발생하자 지역주민의 요구에 의해 하수관로 시설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의회에서 관련예산이 삭감되자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지역주민이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청구했고 법원은 청구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 문제가 소송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행정청이 주민과 한 합의를 ‘확약’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법적 규율성이 인정되는 행정처분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의회 예산삭감 등으로 사정이 변경돼 약속이 실효(失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 또한 부적법하다“는 판시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법리적 판단에 관계없이 이번 판결은 행정에 대한 불신과 행정과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선례로 작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행정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집단 민원 등의 국면 전환용으로 남발할 우려가 많고 이와 관련, 지역주민 간 또는 주민과 행정 간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등 특정목적 달성을 위해 ‘못 지킬 약속’을 남발한다면 행정은 포퓰리즘으로 흐를 공산이 크며 행정의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단 민원이나 지역민원 해결을 위한 행정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신뢰장치가 어떤 형태로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