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집단민원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지하수 관로를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지방의회가 번번이 관련 사업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지자체의 약속을 믿고 장차 지하수 관로가 개설될 경우 해당지역 인근토지에 대한 개발행위가 허용될 것으로 믿었던 주민들은 행정청의 잇따른 약속위반에 땅을 쳐야 했다.
결국 법정을 찾은 주민들을 지자체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 문제가 소송대상이 될 수 없다”며 행정청의 손을 들어 줬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최근 K씨(제주시 노형동)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작위위법확인’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K씨의 청구를 각하했다고 제주도가 1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월 제주시장은 제주시 노형동 제주e도시가스 공급시설 사업과 관련, 인근에 위치한 해안축산마을회가 지역하수관 매설을 요구하자 하수관로 시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주시의회 예결특위는 그해 관련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이어 해안축산마을회 주민들의 집단진정에도 사업이 답보상태를 보이자 K씨는 2006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진정했으며 제주시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중재로 예산을 확보한 뒤 하수관시설을 하겠다고 K씨와 합의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는 2007년 본예산 심의와 2007년 1회 추경, 그리고 올해 본예산 심의 때 관련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사업추진을 봉쇄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행정청이 주민과 한 합의를 ‘확약’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법적 규율성이 인정되는 행정처분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회의 예산삭감 등으로) 사정이 변경돼 약속이 실효(失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또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K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 항소했으며, 제주도는 1심 재판 때 담당직원이 수행해 온 이 사건 소송업무를 고문변호사에게 맡겼다.
법원, "행정처분에 해당안돼…손해배상訴도 부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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