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다”
“9회말 끝내기 홈런, 이 맛에 야구본다”
기아와 SK의 피말리던 승 부가 끝났다.
승리한 팀, 아쉽게 패배의 쓴잔을 마신 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그야말로 한국 야구역사에 기리만을 만한 명승부였다.
또한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기아와 SK간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됐다.
첫날 경기는 기아가 5대 3으로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역시 기아가 2대 1 한 점차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SK의 반격은 3차전부터 시작됐다.
SK는 19일 열린 3차전 11-6 승과 20일 열린 4차전에서 4대 3 한 점차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SK의 반격에 기아도 되반격을 시작했다.
기아는 23일 열린 5차전 경기에서 3-0으로 SK에게 승리를 따냈다.
최고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승리한 기아가 이번 한국시리즈를 우승하겠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5차전에서는 SK 김성근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의 표시로 선수들을 덕아웃을 불러들이면서 퇴장을 당하는 초우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정황상 기아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6차전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SK가 3대 2로 한 점차 승리를 챙긴 것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접전 속으로 경기는 치달았다.
24일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가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SK가 4회초 2점을 획득하며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5회에는 양팀이 한점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6회초 SK가 2점을 더 도망가면서 점수는 5대 1로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SK 승리가 확실한 상태였다.
예상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기아는 6회말 나주완의 2점짜리 홈런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기아는 7회말에 2점을 더 보태며 점수를 5대 5 무승부로 만들어 버렸다.
6회까지만 해도 이런 승부는 예측하지 못했다. 6차전까지 1점, 2점차 승부가 모두 4경기나 됐다. 이런 결과를 감안할 경우 4점차로 앞서고 있는 SK를 기아가 잡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기아는 6회와 7회 몰아치기에 성공하며 SK의 4점차 리드를 봉쇄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9회말 1사 상황에서 6회에 홈런을 쏘아올린 나주완이 끝내기 홈런으로 승부를 극적으로 역전시키며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코칭스태프, 선수, 팬들이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야구는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아무도 그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날때까지 비일비재한다. 안타와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수비실책과 실투에 운다.
감독의 용병술이 귀신같이 적중하고, 때론 믿었던 에이스가 초반에 무너지면서 패배를 당하기도 한다.
한 두 번 웃었다고 경기를 승리할 수도, 한 두 번 실수했다고 경기를 패배하지도 않는게 야구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80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어렵고 힘든 과정을 만난다. 때론 이혼의 아픔으로, 때론 한순간의 사업실패로, 때론 삶의 무게에 눌려 한번쯤을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게 바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기아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기아는 12년동안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우승 문턱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런 기아가 12년의 한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풀었다.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고, 결코 꿈을 버리지 않았기에 이뤄낼 수 있었다.
지금 이순간 절망과 낙담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진행형이라고, 9회말까지 가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야구가 9회말 투아웃부터이듯 인생도 지금 이순간 힘들고 지치더라도 이를 참고 이겨내면 반드시 9회말 투아웃에 역전 만루홈런을 칠 수 있다고 말이다.
고 안 석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