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 근무하고 있는 어느 하위직 공무원의 소행은 의혹이 매우 짙다. 감사원이 그 공무원을 정직하도록 제주도에 요구했다지만 행정적 조치만으로 끝날 일이 아닌 듯하다.
2007년 용산 세무서는 한 토지거래자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을 제주시에 통보했다.
문제의 토지거래자는 1985년 제주에서 목장을 운영한다며 임야 35만9766m2를 사들여 이를 명의 수탁자에게 등기했고 그 뒤 이 토지를 다른 3명에게 팔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 한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용산세무서로부터 통보 받은 제주시는 위법한 토지 거래자에게 과징금 2억6000만원을 부과해야 했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고, 끝내 제척기간 완성일인 지난해 4월 12일을 넘겨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제주시 세입 2억6000만 원만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것은 제주시 한 7급 공무원의 행위 때문이다. 용산 세무서의 통보 문을 개인이 갖고 다니면서 제척기간 완성 일을 넘긴 것이다.
비록 하위직이지만 실명제를 위반한 토지거래자에게 2억6000만원이란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공문서를 사문서화 한 배후에 의혹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주시의 공문서 관리도 의심쩍다.
적어도 2억6000만원의 재산적 이익이 걸린 공문서를, 위험을 무릅쓰고 무효화 시킨 데는 삼척동자라도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시의 막대한 수입과 관련된 문서를 하위직 직원이 마음대로 다루도록 내버려둔 공문서 관리에도 의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이 사건이 7급 하위직 공무원의 소행이라 해서 온정적 처리를 해선 안 된다. 행정적 조치뿐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개입, 전말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시 재정에 손실을 주고, 부동산 업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준 공무원이라면 충분히 수사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공무원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도 수사는 필요하다. 제주시청 내에 이런 공무원이 100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시 재정에 260억 원의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