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나라 안팎으로 살기가 힘들다 보니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內需)를 부양하고, 또한 일자리창출을 위해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 우리 경제의 시계(視界)는 앞이 안보일정도로 캄캄하다.
▶ 이런 와중에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전국공무원노조의 ‘중식 휴무’ 준법투쟁이 시작됐고, 15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대한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14만 명의 찬반투표가 지난 9일부터 실시되자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원천 봉쇄에 나서고 있고, 공조직 내부에서도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날 전교조의 설립투쟁 당시 교사 70명이 구속되고 1550명이 파면되거나 해임됐으나 모두 복직되고 일부는 민주화 유공자로 공인받은 사례까지 인용해가면서 파업동참을 부추기고 있다.
전교조의 설립과 활동이 합법화되었듯이, 먼 훗날 6급 이하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의 법적 보장은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된 연후에 자연스럽게 성사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 바다가 모두 강과 하천의 왕이 되는 것은 그 아래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명예를 먹고 사는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으려면 반드시 스스로를 낮추고, 공무원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보다 뒤에 두어야 한다.
만일 예정대로 전국공무원노조 14만 명이 파업에 들어간다면 전국 관공서의 민원업무는 마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 공무원 노조는 일반 사기업 노조와 같이 공평한 대우를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으나, 공직은 일반 기업과 다른 특별한 권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공무원을 믿고 그들에게 권력을 신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권세를 쥔 공무원들이 전국적으로 조직화되고 단체행동권까지 거머쥔다면 누가 이를 제어할 수 있겠는가. 노조의 힘을 남용할 경우 그 고통과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적게 취하면 도리어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옛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김승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