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서 성탄절로
광복절에서 성탄절로
  • 강정만 편집국장
  • 승인 2004.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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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세계에는 3뿌리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조상의 유언처럼 전해 내려오면서 불문율이 되다 시피한지 오래다. 3뿌리란 입과 손과 또 한 가지인데, 남자가 망하는 원인이 대개 이 세 가지에 있기 때문, 조심 또 조심하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얘기다. 

이해찬 총리가 그제 국회공전을 놓고 사과한 것도 이 3뿌리 중 하나인 입 때문에 벌어진 사건으로, 거친 입 하나가 나라를 흔들고 백성을 분노하게 할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 준 셈이다. 이 총리의 거친 입에 의해 촉발된 정치는 난장판이 돼 국민들에게 보여 준 것은 독재시대의 정치나,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시대의 정치나 돌아가는 모습은 매양 한가지, 더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칼 마르크스가 “과거의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웃음거리로 재현 된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서로 싸우고 헐뜯다가 사과하고 다시 웃고 하는 품이 옛날 YSㆍDJㆍJP로 지칭되는 3김 시대 정치판 그대로를 떠다 놓은 꼴이다. 이 총리의 사과로 국회가 정상화 되는 모습은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자면 이 개혁을 부르짖는 시대에 와서 한편의 웃음거리로 재현 된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해괴하고 기이한 特赦說

아무리 뒤엉켜진 정치판이라 하지만 가릴 것은 가리고 선을 그을 것은 분명하게 그으는 맛이 있어야 한다. 엉켜졌다가도 분명한 선을 그음으로써 풀어지고, 그래서 시원히 돌아가는 모습도 국민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정치판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건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개혁도 아니고 복고풍도 아닌 조악하고 쓰잘데없는 조립품으로 잔뜩 메워져 털털거리며 비탈길을 겨우 올라가는 역마차 모습 그대로다. 이런 정치판이니 국민들이 얕보고 하대하고, 온갖 해괴한 소문과 기이한 풍설이 쌓이고 쌓여 서울과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제주에 까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권력자의 ‘8ㆍ15 특별사면설’과 ‘성탄절 특사설’ 같은 소문도 진위여부를 떠나 이런 정치판에 편승한 ‘카더라 통신’이다. 물론 소문을 인용하는 것은 어설픈 일이긴 하지만, 소문이 하도 널리 퍼지고 마치 사실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은 비뚤어진 중앙정치의 풍향계에 따라 그런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특별사면설은 처음은 지난 광복절을 즈음해 돌다가 그것이 물 건너가자 이제는 성탄절 특사설이 특정인의 이름까지 거명 되며 그럴듯하게 돌고 있고, 특별사면이 되면 이 양반이 다시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소문은 필시 이를 강력히 희망하는 측의 ‘자가발전’과 “이런 판국이라면 특별사면도 얼마든지…”하는 기대하는 측의 기대치가 상승 작용해 퍼지고 있는 것인데,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설 자체가 도민을 우롱하는 일이며 기만하는 일이다.

다시 비극으로 막 내릴것

이런 특사설 같은 게 정치권에 기생하며 진폭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정치개혁이 후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개혁을 주창한 정부와 여당의 정치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이런 소문이 날 리 만무하고 이런 소문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코미디 정치를 하다 보니까 이런 특사설이 돌고 도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것이 이를 주창하는 집단의 잣대로만 재고 이쁜 놈 눈깔사탕 한 개 던져주듯 선심베푸는 것이라면, ‘거친 입과 막말’ ‘상대편 죽이기’ 말고는 적절히 꿰맞출  단어가 없다.  

중앙의 정치가 개판을 치면서 제주에도 특사설 같은 사도(邪道)와 음모가 판을 치고 여기에 줄짓는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저 ‘비극의 역사’가 웃음거리로 도민사회에 다시 나타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나, 마르크스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다시 등장한다 해도 웃음거리를 넘어 다시 비극으로 막이 내려 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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