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감경'조치, 항소심선 '위법' 판결
1심 '감경'조치, 항소심선 '위법' 판결
  • 김광호
  • 승인 2009.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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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상태 등 요인 '심신미약' 판단 엄격 추세
광주고법 제주재판부…'나영이 사건' 파문 작용한 듯
피고인의 주취상태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재판장 김종백 제주지법원장)는 7일 강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전 모 피고인(24)에 대한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사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는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원심보다 더 불리한 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선고형(징역 1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도죄는 법정형 최하한이 징역 3년으로 작량감경(정상참작)을 하더라도 징역 1년6월 미만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적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약, 검사가 원심 판결해 불복해 항소했다면 항소심 재판부가 양형을 높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경하고, 다시 작량감경을 한 후 그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형을 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다소 술에 취한 상태였던 점은 인정되지만, 범죄 전력(절도)과 범행의 수법 및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법률상 감경을 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전 피고인은 지난 6월20일 오전 3시55분께 제주시내 노상에서 지나가는 여성(21.여)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소리치지 말고, 조용히 앞으로 걸어가라”며 약 8m 떨어진 공사장으로 끌고 가 땅바닥에 넘어뜨려 현금 4000원, 직불카드 및 체크카드 각 1매, 2만8000원 상당의 식권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아 강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판결과 관련,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8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57) 피고인에 대한 최근의 법원 판결에 대한 네티즌 등의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명 ‘나영이 사건’ 재판부는 “범인 조 씨가 범행 당시 만취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던 점 등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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