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소비자물가,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중에선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며 경기불황이라고 한다. 지난 추석 바닥민심이라고나 할까.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와 소비자물가 통계를 보면 제주도민들이 생활형편이 좋은데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고 도내 물가도 전국에서 가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심리는 3개월째 상승, 9월엔 사상 최고치인 '125'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면 생활형편과 경기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도내 187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자동향을 조사한 결과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9월 '125'는 사상 최고치로 전국 수준(114)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현재생활형편CSI는 99에서 104, 생활형편전망CSI는 114에서 115로 전달보다 소폭 올라 7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생활형편 지수는 전국 수준보다 7포인트, 생활형편전망은 16포인트나 웃돌았다.
가계수입전망CSI도 105에서 112, 소비지출전망은 109에서 116으로 각각 7포인트 상승했다.
제주도민들의 소비자동향지수가 전국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높다는 것이다.
과연 실물경제가 회복된 것일까.
같은 시기에 조사한 기업의 인식을 보면 가계와는 사뭇 다르다.
역시 한국은행제주본부이 지난 달 도내 178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9월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70으로 전달(85)보다 하락했다.
관광성수기의 강한 호조세가 진정되고 공공건설 활동이 위촉되면서 관광과 건설 관련 업종 등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업황BSI는 74에서 69로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하락했다.
건설업(66->63)과 관광 등 기타 비제조업(78->58)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경기 전망도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제주본부는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표로만 볼 때 지역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 생활형편 조사에서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생활형편이 어렵다고 했고, 100만~200만원의 가구도 기준치인 100 이하(98)라고 응답했다.
반면, 200만~300만원 가구는 103, 300만~400만원 가구는 116, 400만원 이상은 114로 모두 현재 생활형편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저소득층과 서민, 중산층의 현재 경제상황 인식의 차를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세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로 경기호전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경제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하반기 들어 공공건설 부문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조기발주가 약발이 다한 셈이다.
공공 건설 부문 조기 발주로 하반기 들어 신규 공사가 줄고 민간건설 부문은 침체 현상이 이어져 내년까지 건설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내년도 도내 사회간접자본(SOC) 현안 사업이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어서 건설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제주도회는 "상반기 중 건설수주가 큰 폭의 호조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공공부문의 신규 발주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 예산이 긴축적으로 운용될 경우 건설부문의 부진이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감귤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올해 '신종플루' 등 각종 외부요인에 기인한 관광산업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갈 지도 미지수다.
위정자들이 자칫 현재의 호전되는 경제지표만 보고 지역경제살리기 대책에 소홀히 할까 우려된다.
감귤값 안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지역경기를 좌우하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임 성 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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