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요즘 사람들은 자기 권리 찾기에 적극적이다. 피해를 당하였어도 그냥 참고 견디거나 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대충 넘어갔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하려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이를테면, 이웃의 배려없는 야간 소음 행위로 기분이 언짢아져 시비가 되었는데 반드시 상대방을 처벌하여 달라기보다는 따끔하고 엄중한 경고 한 마디를 원하여서 경찰관을 요청하는 식이다.
자기 권리와 입장을 주장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줄로 안다. 수갑을 채운 범죄자들도 할 말은 있게 마련이고 그들에게도 물론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해 주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기회와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자기 권리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울 때가 있다. 거대하게 몰아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알더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한정되고 왜곡된 정보로 인하여 제대로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시민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하여 ‘원스톱(ONE-STOP)지원센터’라는 경찰부속기관을 소개한다. 경찰은 끔찍한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해 지난 2005년 8월 31일 경찰병원에 원스톱지원센터를 처음으로 설치한 후 현재까지 전국 14개 지역 15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여성경찰관·상담사·간호사 등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의료·상담·수사·법률 등의 통합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피해자가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며 다시 진술하는 일이 없도록 진술녹화실을 설치하여 최초 한 번의 진술로 조사를 끝내도록 하고 있고,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영상진료실, 편안한 분위기의 상담실, 아늑한 침대와 소파를 갖춘 피해자 안정실을 구비하고 있으며 경찰관, 변호사 등의 법률 전문가로부터 무료법률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발간된 경찰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상담 18,258건, 진료 7,335건, 증거채취 2,571건, 진술녹화 1,977건, 피해자조서 작성 5,502건 등 총 35,643건을 지원하였다고 한다.
특히 일반 성폭력 상담소의 경우 고소·고발률이 10% 전후(’02~’06, 여성부)인데 비해 2008년 원스톱지원센터를 방문한 성폭력 피해자의 80%가 고소를 제기하여, 그동안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반복진술과 신분노출의 부담으로 법적 대응에 소극적이던 피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되었으며,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우수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 제주에는 한라병원 2층에 원스톱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비밀은 100% 보장되므로 어려워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자. 아늑한 소파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진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다.
강 경 숙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