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 써도 본인 것이면 인격동일서 유지"
"받힌 정차 차량, 사고 구호조치 의무 없다"
자신의 가명으로 현금보관증을 작성한 행위는 비록 본명과 이름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 작성 명의자의 인격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받힌 정차 차량, 사고 구호조치 의무 없다"
또, 시동을 끈 채 포켓도로에 정차한 차량을 다른 차량이 추돌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정차된 차량의 운전자에게 구호조치의 의무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두 가지 모두 보기 드문 무죄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제주지법 형사2단독 이상훈 판사는 최근 사문서 위조 등혐의로 기소된 김 모 피고인(59)에 대해 “인격의 동일성에 관한 기망이 없어서 문서위조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현금 보관증에 주소를 사실대로 기재했고, 나이를 어리게 보일 생각으로 주민등록번호 중 출생연도 부분만 일부 고쳐 기재한 사실, 고소인이 피고인의 본명만 몰랐을 뿐, 주소나 전화번호는 모두 정확히 알고 있었던 사실 등에 비춰 선불금 채권의 추급을 회피할 목적으로 ‘한00’의 이름을 사칭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2007년 9월 A씨로부터 선불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으면서 현금보관증에 일백만원, 주민등록번호란에 50을 54로, 보관자란에 ‘한00’이라고 기재, 날인해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 판사는 또,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양 모 피고인(39)에 대해서도 “도로교통법에 정한 구호조치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5~6분전에 이미 편도 2차선 도로의 안전지대 포켓도로에 차량을 정차시키고, 시동과 라이트를 모두 꺼 놓은 상태였던 점,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가 주취 상태에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해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차량을 도로변에 정차해뒀다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야기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는 도로교통법 상의 구호조치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양 씨는 지난 4월10일 오후 7시34분께 서귀포시 성산읍일주도로상 포켓차로에 차량을 정차해 전화를 하던 중 A씨의 차량이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해 포켓도로에 진입하다 정차된 차량의 적재함 부분을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의 차량에 탑승한 1명이 숨졌으며, 2명이 각각 2주와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양 씨는 차에서 내려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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