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WCC(세계환경보전총회) 실사단 방문이 끝나자마자 환경부지사를 폐지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것이다”
“결국 제주도의 원래 방침대로 환경부지사를 없애고 정무부지사를 부활했다. 이로써 제주도정은 환경보전과는 단절하는 듯하다. 그래도 ‘환경’이라는 이름은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쉽게 버릴 수 있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헌신짝처럼 내동이 쳤다”
이는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부지사의 명칭을 정무부지사로 바꾸고 청정환경국 업무도 행정부지사로 이관시켜 (현 환경부지사는) 순수하게 정무부지사 업무만 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조례를 개정할 것’이라는 부대조건을 달아 제주도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안을 수정 의결한 직후 제주지역 한 환경단체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하순 현재의 환경부지사를 폐지하고 정무부지사를 신설하는 내용의 제주도행정기구 설치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3일만에 취소했다.
당시 제주도는 조례 입법예고에 앞서 양조훈 4.3재단 상임이사를 환경부지사에 내정한 상태였다.
결국 제주도가 ‘기획’한 대로 제주도환경부지사는 폐지되고 대신, 앞으로 의회와 언론 등을 주로 다루게 될 정무부지사 직제가 부활될 것이 확실시 된다.
제주의 상징성 훼손
2006년 7월 종전의 시․군을 폐지시키고 탄생한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부지사와 환경부지사 직제를 도입했다.
당시 환경부지사 직제가 도입되게 된 기본적인 토대는 광범위하게, 그리고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연보전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고 향후 도정의 방향 역시 개발과 함께 보전에도 ‘균형적인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래서 환경부지사는 실질적인 권한행사에 앞서 청정 제주도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그러나 제주도의 환경부지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였다.
초대 환경부지사에 환경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통 행정관료가 임명된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환경부지사 직제 아래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에 유일한 환경부지사 직제는 그 때문에 한편으로 제주도를 상징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한동안 순항하는 듯 했던 환경부지사는 그러나 해군기지라는 복병을 만나 좌초계기를 맞게 됐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주민소환 운동 등이 불거지면서 김 지사는 의회와 언론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결국 환경부지사 직제를 버리게 된 것이다.
국가 트랜드와도 상반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각 분야에서 녹색성장을 주문하고 있다.
이른바 4대강 개발사업으로 불거지고 있는 환경파괴 논란을 잠재우는 측면도 있지만 이에 앞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녹색성장의 중요성은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정부 사업의 상당분야가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주도의 환경부지사 직제 폐지는 국정의 트랜드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도정이 도민들과 소통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이 중요한 것이다.
그 대상이 제주도정을 감시하는 지방의회와 제주도정의 시시비비를 도민들에게 알리는 언론이라면 그 중요성은 더 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무부지사 자리 하나 만든다고 해서 도의회에 대한 소통문제가 해소되고 언론과 ‘돈독한 유대’가 유지된다고 인식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진정 지방의회와 언론, 더 나아가 도민들과 소통하고 이들과의 불신과 갈등의 벽을 없애는 것은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더욱 권한과 권력이 한 곳으로 몰리면서 ‘제왕적 도지사’얘기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무부지사의 한계는 불 보듯 뻔하다.
환경부지사 폐지에 앞서 백성들을 진심으로 섬기고, 이들의 마음과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도정의 진정성이 선행돼야 한다.
섬김의 대상인 백성들은 그래서 여전히 불만이 많고 찜찜해 하는 것 같다.
정 흥 남
부국장/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