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
원산지 표시
  • 강병철 논설위원
  • 승인 20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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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1년 원산지표시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이미 1930년 관세법으로 모든 수입물품에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관세장벽은 더 이상 효율적인 수입억제작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중의 하나가 원산지 표시제도이다.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모든 물품은 일정한 번호를 부여하는데 이를 세번이라고 한다. 대체로 이러한 세번의 변경기준, 부가가치 기준, 주요공정기준으로 실질적 제품의 변형을 판정하여 원산지를 판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가마다 원산지 규정이 다르고 복잡하며 명료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다고 보여지는 컴퓨터가 실제로 한국산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드디스크는 국산이라고 해도 중앙연산처리장치나 사운드카드 같은 대부분의 부품이 세계 각국에서 온 것이라면 이 제품은 어느 나라 것이라고 판정해야만 하는 것일까? 

요즘 미식가들이 말고기를 즐기는데 몽고에서 말을 수입하여 우리나라에서 도축하면 원산지는 어느 나라일까?  망아지를 들여와서 일년을 사육하고 도축하였을 때는 어느 나라가 원산지일까?  원산지를 판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원산지를 판매장에서 명료하게 알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원산지 표시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소비자가 원산지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제품비교를 하여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판매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입 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8월말까지 수입된 냉장돼지고기 1천3백85톤 중 94%가 삼겹살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삼겹살 시장의 30%이상을 수입 육이 대체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현지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돼지고기 삼겹살을 즐기기를 원하지만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큰 차익을 보려는 판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검찰청은 6월부터 5개월간 전국 지검과 지청의 합동단속반을 중심으로 가짜 또는 불량식품을 만들거나 팔아온 부정식품사범 특별단속을 벌여 623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93명을 구속했는데 원산지 허위 표시로 161명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의 생산자들을 보호하려면 실질적인 단속이 필요하고 미비된 법규의 보완도 시급하다.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은 백화점이나 정육점 등에서 의무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음식점에 적용되는 식품위생법에는 원산지 표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일반 음식점에서 조리, 판매하는 식품에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식품위생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제주도내의 양돈농가들도 고품질의 돼지고기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병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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