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詩와 삶의 사이
[세평시평] 詩와 삶의 사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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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오르지 시만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르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르지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이세상은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억업과/ 통계만/ 남을 뿐이다.’

독문 학자이자 시인인 김광규의 ‘생각의 사이’라는 시다. 제 각각 맡은 영역에서 제 할 일만 한다면 만사형통일 것 같지만 사실은 각각의 영역에서 진실을 지키지 않으면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것과 같다는 삶의 성숙한 경문(經文)이다. 삶의 너머에는 잘나가는 자들의 에너지가 약자를 조이고 있다는 뉘앙스다.

며칠 전에 읽은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 스토리가 클로즈업(close up)된다. 공지영 작가의 말이다. 삶에는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들에 핀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속에는 시가 있다. 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들의 삶과 현실은 언제나 거룩함과 참담함이 오드라도 시(詩)라는 한기를 막아주는 한 끝자락에서 삶의 진실을 지키자는 말일 수도 있다.

이 소설(도가니)의 무대인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우리나라 기득권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완강한 시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와 범죄를 감추고 진실을 질직 시키려 한다.

장애인 학교법인 대표이사 쌍둥이 아들인 교장과 기획실장이 듣지도 못하는 1급 청각자애인 여학생을 지속적인 성폭행과 국가 보조금을 횡령하면서도 그 지역에서 지도자로 살아가는 기득권층의 위선은 작가가 말하는 왁스칠한 마루이며 뻔뻔스러운 희생자 행세를 하는 시스템이다.

누구나 말 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 할 수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또 누구든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사회의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결심이 없이는 할 수가 없도록 기득권 둑은 경고하기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 둑을 ‘도가니’로 말한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법정 소설이라고 할 때, 거기에는 두 개의 법정이 가정 되어 있다.

하나의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기득권층의 증인 등은 온갖 실정법 장치를 동원해서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 합법성을 부여하는 법정이다.

다른 하나의 법정은 정의 혹은 신성, 좀 더 존귀한 것을 포기하게 될 뿐 아니라 또한 자연을 파괴하는 생명을 잡아먹는 맹수에게 패배한 짐승이 될 것만 같아서 마지막 자존심으로 몸 부림 치는 인생극장 법정이다.

이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자들은 물론 외롭고 고달프지만 우리들의 삶을 한층 밝고 맑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세상은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그 주변은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본래의 맑은 물을 찾을 때까지 순화 과정은 그 거짓말을 할 때 소요되는 것보다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 한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 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에 대한 쾌락과 가지지 못 할 경우의 공포를 둘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진 자들의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과 위선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포한되고 있어서 맑은 가을날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검은 구름이 동반되는 세상에 부를지도 모른다한다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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