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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세계델픽대회가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어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세계 54개국에서 15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오는 15일까지 7일간 제주 전역에서 각종 축제, 공연, 경연 등을 통해 각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뽐내게 된다.
델픽대회는 고대 그리스 델피 시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기원전 582년부터 기원후 394년까지 약 1천년간 아폴론 신전(神殿)에서 열리다 중단됐던 그리스 문화예술제전을 1600여년만에 되살린 것이 바로 세계델픽대회다.
부활한 델픽대회는 2000년 모스크바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05년 말레이시아 쿠칭의 제2회 대회를 거쳐 3회째는 제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델픽대회를 ‘문화 올림픽’ 혹은 ‘지구촌 문화예술 대제전’ 등으로 불리는 것도 그 역사성과 전통성, 그리고 규모면에서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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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계델픽대회가 제주에서 막이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가 영광이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관계 당국에서는 이 ‘문화올림픽’을 유치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조직위원회는 예산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그동안 대회 준비에 무던히도 애써 왔다.
특히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지구촌에 만연하고 있는 신종플루가 마침 제주에까지 번져 델픽대회는 한때 진퇴양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차분한 행사 준비와 신종플루에 대한 사전 대비책을 세운 덕분에 무난히 개막식을 치를 수 있었다. 천만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행사기간 내내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추호도 누그러뜨려서는 안 된다. 이번 대회 성공여부는 행사 내용이나 질적 수준, 진행상황, 참여자와 도민들의 평가에 있다기보다 신종플루의 차단 여부에 달려 있다.
제주세계델픽대회가 아무리 질적 양적으로 그 어느 대회보다도 수준이 높다하더라도 국내외의 행사 참여자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부분적이나마 행사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결코 성공한 대회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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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픽조직위원회가 대회를 앞두고 별도의 의료지원본부 설치, 급성열성 호흡기증상 신고센터 운영, 환자 예비 격리시설 마련, 행사장-차량소독, 출입자 손 씻기 독려, 자원봉사자 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강구해 놓은 것도 대회 성공-실패가 오로지 신종플루의 극복 여부에 달려 있음을 간파한데서 취해진 조치라고 본다.
그렇잖아도 제주도민들은 얼마 전 이 고장에서 열렸던 국제관악제 때 28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함으로써 행사를 망쳤던 전례를 경험했다. 그게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어제 모처럼 개막한 델픽대회가 성공한 대회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첫째도, 마지막도 신종플루의 극복이다. 이것에 실패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델픽대회가 신종플루를 딛고 성공을 거두려면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행정당국이나 조직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 모든 관계자와 도민들까지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만약에 전 세계적으로, 그래서 제주에까지 만연되고 있는 신종플루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번 델픽대회를 무사히 치른다면 세계 54개 참여국들이 이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제주의 각종 세계대회 유치에도 많은 도움이 될 줄 안다.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성공-실패 평가 기준은 행사 내용이 아니다. 오로지 신종플루 극복이라는 한 가지에 달려 있다. 어려움을 딛고 꼭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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