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귤에 생산자의 명예 걸라
한 알의 귤에 생산자의 명예 걸라
  • 신상범 논설위원
  • 승인 2004.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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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농촌은 황금 알이 온 들녘을 물들이며 화려한 색으로 출렁이고 있다.
감귤은 제주만이 생산할 수 있는 천혜적 독과점 품목이다. 다른 공산품같이 독과점이라고 법적 단속도 못하는 하늘이 제주 인들에게 준 귀한선물이다.

그런 감귤이 수확때만 되면 가격폭락이라고 생산농민들이 아우성이다. 농민들은 당국에 대책을 세우라고 몰아붙인다.  몇 년 전 어느 도지사는 감귤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감귤유통명령제를 추진, 불량감귤출하를 강제로 막으려다 농촌표를 얻지 못해 낙선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다.

몇 일전 유통명령제를 위반한 불량 귤이 공판장에서 상장을 거부한 첫 사례가 발생했다. 먹을 수 없는 한라봉을 시장에 내놓아 유명한 한라봉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는 보도다.  

▶감귤은 과실 가운데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실이다. 맛에서, 아름다운 모양에서, 칼 없이 먹을 수 있는 단나의 과실이여서 그렇다. 요즘 소비자의 미각은 과히 세계수준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과 맛을 만들어야 팔릴 수 있다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 원리다. 휴지 하나도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소비자가 왕인 세상이다.

일부 농민들이 설익은 감귤을 몰래 팔아 소비자들을 농간하고 있으니  전체 감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제 도끼로 제발 찍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미야사기” 현 “아야 마 찌”(宮崎縣 綾町) 에는 우리의 농협과 같이 농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큰 장터가 있다. 시금치 한포기도 반듯이 생산자의 주소와 연락처가 표시되어 있다.  

▶감귤산업이 붕괴되면 제주도는 아무리 국제자유도시를 만들어도 제주인들의 경제가 유지 될 수 없다.  감귤산업의 성패는 1차적으로 농민들 자신의 몫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스스로 품질을 개선한 농가는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다 알고 있다.
요즘 제주의 화려한 가을 황금 뜰 을 보면서 풍성하고 환희에 차야 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제주감귤을 먹다가 찡그리는 사람을 상상하면 선량하다는 제주인들을 몽땅 신뢰할 수 없는 사기꾼(?)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다. 감귤은 제주인들에게 하늘이 준 은혜의 과실이다. 생산농가스스로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떳떳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시장에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제주인들의 자존심을 황금 귤 하나하나에 심어서.
<신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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