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지대도 아닌 제주에 이처럼 많은 온천지구가 생겨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온천법 때문이다.
온천법과 온천법 시행령은 “온천을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25℃ 이상의 온수로 그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사실상 누구든지 어느 곳에서나 이 요건에 맞는 온천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가장 엄격한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온도규정의 경우 지하 수백m 이상을 굴착하면 이 같은 요건에 합당한 온도를 갖춘 온천수를 얻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하증온율에 따르면 지하 100미터 당 2-3℃의 온도가 증가한다.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할 경우 비화산지대인 제주에서도 얼마든지 온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온천수를 25℃로 정한 일본에서 운영중인 온천들의 직수 온도(지하의 온도에서 똑바로 얻은 온천수)가 실제는 규정이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직수온도가 규정치에 다가서는 정도의 수준인 탓에 직수를 곧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하거나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제주에서 개발될 온천 역시 인위적으로 물을 데워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물을 데워서 하는 온천이면 사우나 가는게 낫지 뭐하러 돈들이면서까지 온천갈 필요가 있느냐”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온천을 20℃ 이상, 미국에서는 21.1℃(70°F) 이상, 한국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25℃ 이상을 온천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일본의 온천법은 천원(泉源)에서의 온도가 25℃ 이상이거나, 온천의 용해물질의 한계 값에 표시된 특정 물질 중 1종 이상을 규정량 이상 함유하는 물을 가리킨다.
즉 법규상으로 25℃ 이상의 용천은 물 이외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아도 온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물 이외의 특정 성분이 그 규정량 이상 함유하고 있으면 25℃ 미만이라도 광천으로 온천법이 적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성분'이면 온천으로 간주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상당히 막연하고 단순한 규정이다. 보양온천의 경우 성분과 관련해 보충규정을 두고 있지만 상당부분의 온천은 이와 무관한게 현실이다.
항상 25℃이상의 온천으로서 관련성분 및 유리탄소(free CO2)의 함유량이 물 1kg중 1g이 되지 않는 단순온천이 전국 온천의 대부분이다.
결국 제주지역 역시 단순온천으로서의 역할말 할 수 있을 뿐, 기대효과는 볼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요즘은 굴착기술이 발달, 지하 1000m이상 어렵지 않게 굴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어느 곳을 굴착하더라도 500-1000m를 굴착하면 25℃이상의 지하수를 확보할 수 있다.(우리나라 평균지하증온율 26.7℃/km)
온천의 정의를 사람의 체온 36.5℃를 고려해 단순천의 경우 지하수의 온도가 최소한 35℃이상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체에 치료․보양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성분이 있을시 30℃이상(보양온천의 경우)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환경영향평가 대상면적의 축소 △온천지구 지정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온천공 재검사 △용역업자의 보고서 전문가 재검토 △환경영향조사제 도입 △지하수보전구역내 온천지구 지정-개발제도 폐지 △온천 이용허가 기간 제한제 도입 등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온천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온천 개발은 지역경제의 활성화, 지역주민의 복리증진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순 온도와 성분규정상 무분별한 개발은 그 주변의 식수원을 오염시켜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온천수가 하류로 흘러 농업용수를 오염시켜 농작물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온천개발로 인한 수려한 자연경관의 훼손과 지하수 고갈현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이러한 모든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연후에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익성에만 관심이 있는 비양심적인 개발업자와 행정당국이 야합한 온천개발은 결국 인간적인 삶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친환경적인 온천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온천의 기준이 온도 뿐 아니라 수질의 측면에서도 보완되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전문가집단에서는 “온도와 수질을 함께 충죽시키는 온천의 기준을 만들 것인지 또는 온도나 수질 중에 하나만 만족하면 온천으로 규정할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온도 기준을 현행대로 25℃로 둘 것인지, 상향 조정할지, 그리고 어떤 성분을 수질 기준에 넣을지도 문제다.
그러나 온천수의 수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 상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요인이 들어간 온천은 더 이상 온천이 아니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제주지역 온천 개발에 시사하는 바가 큰 점이다.
제주지역 온천의 경우 세화 송당지구만 개발중이다. 그러나 이 곳도 자금문제등으로 내분을 겪으면서 공사가 중단, 10년 공염불만 외우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도 개발계획수립절차를 이행하는 등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집단이 예견하듯 제주지역 온천이 개발 후 전국적인 공통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물을 데우는 단순온천으로서의 기능만 하게 된다면 온천개발은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누가 이런 온천에 오겠는가. 당신같으면 그런 곳에 가겠는가. 결국 투기아니냐” 관련 공무원 및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제주온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