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책임 질 사람은 말이 없고
정작 책임 질 사람은 말이 없고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4.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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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국민들은 황당했다.
사상 초유의 일을 겪느라 그랬지만 더더욱 당황됐던 것은 다음에 닥쳐 온 것들이었다.
구조조정, 명퇴, 도산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끔한 말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모두 그 소용돌이 속에서 헤맸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외환위기가 오고 있었다면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위치에서 국록을 받는 인사도 분명히 존재했을 터이지만 그들은 일관되게 '남의 탓'을 외쳐댔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던 당시 대통령도 '자기 책임이 아님'을 역설, 국민들을 슬프게 했다.

결과는 존재하는 데도 '원인 제공자가 없다니' 국민들은 서글픈 것이다.

호접란 대미수출사업에 대한 용역결과가 나왔다.
 도내 호접란 농가에서 생산하는 중묘 수매를 중단하고 현지에서 이를 구입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춰 어느 정도 손실보상이 가능하다는 산술적 근거가 제시됐다.

출발자체에 불순한 의도만 없었다면 제주도의 1차산업을 위해 벌인 사업이 잘못된 것에 대해 무작정 욕만 해 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지사가 반려하긴 했지만 당시 계장이던 한 공무원은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냈다.

 공무원으로서 '단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하다 빚은 결과'를 놓고 도민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의 표현이란다.

결과가 두려워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보다 백 배 낫다는 것이 주위의 솔직한 평가다.
정작 책임져야 할 인사들은 아무 말이 없는 반면 도민에게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는 그 공무원의 행동은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신선한 것이다.

그러나 호접란 사업은 처음부터 발상이 잘못됐다는 것이 이번 용역팀의 의견이다.
100억원 이상 예산을 들여 소수농가를 이롭게 한다는 사고방식과 감귤대체작목이라는 허풍으로 농민들을 현혹시킨 점이 특히 그렇다.

이와는 별도로 1999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는 한 농가의 독백은 모든 것을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사업성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몇 몇 농가 때문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한다는 사실도 그렇고 소수 농가만 참여 가능한 사업을 감귤대체작목 운운 한 것도 잘못입니다. 깨 놓기는 곤란하지만 사업출발 의도 자체가 좀 그랬습니다. 멋모르고 따른 농민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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