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을 두었으니 여느 평범한 가정과 같지 않으리라 자위하면서 8시 전후하여 동 주민센터에 도착하여 일과를 준비한다.
본격적인 업무 개시를 위해 수족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의 딸이라며 ‘어머님이 탈수현상이 심하셔서 서귀포의료원에 입원해 계신데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어 간병하실 분이 필요하니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이시다.
요즈음 부모님을 봉양하는 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세태를 나름대로 좋게 여겨오지 않은 터라 ‘간병할 분이 계시지 않느냐’라고 말씀드렸더니 그간의 기구한(?) 사연의 보따리를 풀어 펼쳐 보인다. 2개소의 자활후견기관 담당팀장과 통화하여 겨우 간병인을 연결하고 지난 주 약속되었던 간병인 지원 연계까지 마무리 하니 10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서둘러 요즘 젊은 부부세대의 관심사인 보육료 지원 및 어르신들의 관심사인 기초노령연금의 관련 자료를 제출을 마무리 하고 나니 12시 30분이 되어 30분간의 식사를 마친 후 간단한 몸풀기도 생략하고 다시 컴퓨터에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한분이 투덜대며 들어오신다. ‘남은 이것도 받고 저것도 받고 한다는데 나에겐 왜 도와주지 않느냐’하는 이웃 어르신들이 동주민센터 문지방을 넘으며 상투적으로 하소연하는 말씀이시다.
요는 기초노령연금 지원 가능 여부를 물어 보았던 것인데 관련 소득, 재산내역을 전산조회 한 후 ‘재산초과로 지원이 힘들다’ 라고 안내하였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신다.
그 할머니의 무거운 등 같이 마음이 무거워 지는 순간이다.
30여분간의 상담을 마치고 국내 모 구호단체에서 시청을 통해 시달된 추석맞이 구호대상자 추천 의뢰,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업무를 마무리 하니 하루 일과가 끝나버렸다.
시청에서 근무하다 4개월 전 동주민센터로 발령받아 일선 복지행정업무을 시작한 후 어려운 이웃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기 위해 고민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혹자의 ‘일선의 복지담당 공무원은 100여가지 업무를 해야 된다’라는 농담반진담반의 얘기를 경험한 두 달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일간지 사설에 “낮은 복지체감도”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복지예산의 급증에도 불구 일선 복지대상자들의 복지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이는 서비스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적 예산 분배 및 민·관·민의 연계협력의 부재가 원인이다’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공감하는 부분이면서 이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이며, 반성이면서, 단계적으로 해결하며 진화해온 업적이기도 하고 복지의 이상향을 위해 여전한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회의에 참여하며 행정에서 담당하는 공적부조 외에 예방적, 통합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기관이 허다하고 이러한 지역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려운 이웃의 복지체감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민-관의 공조체계가 정착된다면 더욱더 효율적인 복지로 주민에게 인정받는 복지행정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이 옥 태
서귀포시 정방동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