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긴축재정을 선언했다.
내년 살림살이 규모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된 경기침체로 자주재원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복권기금 사용도 재갈이 물린 탓이다.
김태환 도지사는 자신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여성플라자 건립, 제주웰컴센터도 뒤로 미루겠다는 의지를 지난달 밝혔다.
선출직인 도지사가 당선된 지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자신의 선거 공약을 유보한다는 것은 그 만큼 도 재정이 힘들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상공인회관 건립 문제는 은밀히 추진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우선 관계 당국은 이 문제를 드러내 놓기를 꺼리고 있다.
당초 건립계획만을 공개한 채 이번 예산편성과 관련한 모든 진행상황을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도 재정경제과는 "이를 예산 당국에 제출했다"고 언급한 반면 예산 당국은 "아직 예산신청을 받지 못했다"고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는 실정이다.
여성플라자 및 제주웰컴 센터 사업추진을 맡은 관계 당국은 이미 신청을 끝내 예산당국의 '편성 곤란'이라는 반응에 실망하고 있으나 상공인회관 건립 관계 당국인 자치경제국은 쉬쉬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내년도 예산편성 마감날짜는 이 달 10일이지만 실제로는 7~8일경이다.
11일 도의회 제출에 앞서 이를 책자로 만들어야 하는 탓에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상공인 회관 건립이 도 예산의 도움을 받으려면 토요일인 6일부터 다음주 8일까지가 관건이다.
3일 동안 상공인회관 건립을 둘러 싼 관계자들의 움직임에 도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도 내년 재정 어렵다.
도 예산당국은 "불경기가 지자체 재원확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제 한 뒤 "관광객이 늘고 도민들사이에 거래가 활발해야 소득세, 등록세, 레저세 등 자주재원이 늘어날 터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더욱이 복권수익금의 236억원 감소 및 사용용도 지정이라는 정부 방침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출은 늘게 돼 있어 선심성 예산이나 회관 설립 등 하드웨어 부분을 아낄 수 밖 에 없다"며 지난달 25일 "여성플라자 건립 및 제주웰컴센터를 미룰 것"이라는 김태환 도지사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도의 재정 운용 방침에 대해 도민들은 "민생경제에 행. 재정력을 집중한다는 도의 예산운용 계획은 타당한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주여성플라자, 제주웰컴센터, 상공인회관 진행 상황
제주여성플라자의 추진이유는 21C 동북아 관광.휴양 중심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 추진과 함께 선진화된 정보.문화.인적교류활동의 중심센터 기능을 수행할 종합적인 여성교육문화 및 전시공간 확보에 있다.
제주시 연동에 2006년말까지 국비 30%, 지방비 70% 등 사업비 120억원을 들여 연건평 6600㎡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갖추기로 했다.
올 9월 문광부에서 20억원의 국비지원을 결정했고 현재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중이다.
내년 필요한 공사비 및 설계용역비는 66억3700만원이다.
주요시설로는 플라자 기능인 경우 국제회의장, 세미나실, 다목적공연장, 강의실 등이고 김만덕 자료관, 제주여성신화관, 민속자료관, 체험영상관 등 여성역사자료 전시관도 갖출 예정이다.
제주웰컴센터 역시 2006년 완공을 목표로 국비 60억원, 지방비 90원을 투입, 제주 국제공항인근지역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구상하고 있다.
올해 4월 행자부에서 재정투.융자 중앙심사 승인을 받은 사항으로 내년 건립비 70억원, 부지매입 20억원 등 90억원을 마련 착공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여성플라자 건립사업과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비 예산편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여성 및 관광 단체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포기가 아니라 연기라는 면에서 재정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공인 회관은 5층규모에 68억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행자부의 특별교부세 6억원을 받아 든 상태로 도 관계당국은 "내년부터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교부세를 되돌려 줘야 할 것"이라며 "상공회의소측이 사업비 가운데 50%를 부담한다는 안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혀 여성플라자 및 제주웰컴센터 건립이 예산편성 문제로 제한된 반면 상공인회관 건립은 별도의 시각임을 보였다.
▲왜 차별하나
여성플라자 및 제주웰컴센터 건립을 위한 지방비 지원은 김지사의 방침대로 일단 내년 예산편성에서 빠질 전망이다.
그러나 상공인회관 건립은 아직도 도 차원에서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일이 촉박한데도 예산 당국에 지방비 지원 요청을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의 관계자는 "제주 경제를 좌우하는 상공인 단체가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에 회관건립을 위해 손을 벌리는 것은 꼴불견"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배려하는 여성플라자나 도민의 주요 소득원인 관광산업을 위한 제주웰컴센터 등 건립은 순서에 있어 상공인회관보다 앞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제력을 갖춘 상공인들이 자체 회관 건립에 나서려면 대부분 자력 조달하고 나머지를 도에 요청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서 "상공인 단체는 오히려 지자체 등의 경제살리기를 도와야 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예산 당국은 "현재 상황에서 상공인회관만 도와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는 입장이고 자치경제국은 "정책적으로 판단될 일"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제주도정을 책임진 도지사와 상공인단체 사이의 '샅바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10일 이전 도지사의 예산편성 지시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