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나라의 큰 별 ‘셋’이 떨어졌다.
국민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다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이승을 떠났다.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逝去)한 것이다.
6개월 남짓 사이 이처럼 세분의 국가지도자를 잃어버린 일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며 여간 불행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슬픔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많고 슬픔이 복받치더라도 이를 털어내고 그들이 남기고 간 족적을 국민적 화해와 상생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23일 치러지게 될 국장(國葬)기간 6일간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겠지만 이때부터 고인에 대한 공과와 역사적 평가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과와 역사적 평가에 관계없이 그분의 장례를 계기로 새로운 화해와 통합의 역사가 써지기를 염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에 대한 기여나 IMF 위기극복, 분단 후 첫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 공적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든 아니든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의 한 축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살아생전에 이 같은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웠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김전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제라도 이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밀알로 작용했으면 하는 염원이 크다.
물론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 막았던 영.호남으로 대변되는 지역감정의 벽이나 좌우 이념 갈등을 극복하는 데는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동서화합을 모색하고 이를 남북화해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그동안 갈라졌던 여.야 정치권의 구체적 국민통합 실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인이 짊어졌던 역사적 하중(荷重)을 덜어내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이는 고인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