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삶은 현재가 중요하다
[세평시평] 삶은 현재가 중요하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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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힘들어도 꾹 참고 견디며 열심히 공부도하고, 일도 하며, 절약도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면 그 목표를 이룬 미래는 행복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행복의 중심에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 물질적 풍요가 자리 잡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이것이 곧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어디서 잘못되는 것일까?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열 길버트 저, 최인철역, 김영사>의 저자는 행복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면, 새 자동차를 사면,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초고속으로 승진하면, 짝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해질까?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짐작하고 예측한 것만큼 행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 사람은 다른 생명에서 느끼지 못하는 ‘나중’을 생각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과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되는데 행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神)을 믿고 종교에 의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화에서는 불멸성(不滅性)이 신과 인간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이다.

인간은 ‘죽어야만 한 존재’로 불리는 반면 모든 신은 불사(不死), ‘죽지 않는 존재’로 영원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신처럼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길을 찾지 못하고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생(生)의 반복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운명은 인간뿐 아니라 삼라만상 전체의 운명이기도 하다.

해가지지 않는 제국로마는 폐허로 남았고, 우리들의 동네 어귀에 옛집들도 주인들이 몇 차례씩 바뀌며 산다.

몇 백 년을 살 듯 떵떵거리든 이들도 다 죽었고 대대손손 영원 할 것 같던 재산도 결국 뿔뿔이 흩어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 갔다.

모든 것이 변하고 죽어 사라지니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손에 쥔 권력과 재산이 영원하기라도 한 듯 그악스럽게 움켜쥐고 있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권력을 잡기위해,

재산이 없는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한줌의 재일뿐인데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가깝게는 내일, 멀게는 몇 십 년 후에 죽어야할 운명임을 너무 자주 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백년은 더 끄떡없이 살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면서 지금 누려야 할 것들을 자꾸 뒤로 미룬다.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대학 들어 갈 때까지’ 유예하고 어른들은 어른대로 ‘직장 들어 갈 때 까지, 승진 할 때까지, 집을 장만 할 때가지, 아이들을 출가 시킬 때가지’ 하면서 현재를 유예시킨다.

이런 우리들의 삶은 피난민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잠시 낮선 타향으로 피난 와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꿈꾸며 임시로 사는 사람처럼 부자가 되고, 큰집으로 옮기고, 좀 더 잘살기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고 내일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현재를 계속 유예하다가 종국에는 죽음에 이른다. 얼마나 허망한가, 현재를 유예한 대가가 죽음이라니 .....

그런 허망한 죽음을 맞지 않으려면 현재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내일의 풍요라는 망상 때문에 오늘의 가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풍요가 우리들의 삶을 여유와 삶의 아름다움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주위에 권력을 쥔 사람들이나 부자들치고 진실로 행복한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각종 조사에서 말해주고 있다.

현재의 일과 삶의 상당부분을 상상 속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위한 것이 된다면 우리사회전체가 행복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고 덩달아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 질 것만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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